매일신문

기자노트-번역실수 'CIA첩자'

"미국으로 망명한 북한 장승길 대사는 CIA의 첩자였다"

국내 일부 언론은 미워싱턴포스트지를 인용해 이같은 충격적인 뉴스를 보도했다.북한의 가장 중요한 외교포스트 중의 하나인 이집트대사관, 더욱이 실무급직원도 아닌 대사가CIA의 첩자였다는 사실은 그야말로 경천동지할 쇼킹한 뉴스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같은 충격적인 워싱턴 포스트지의 보도는 미국내 다른 언론매체의 주목을 전혀 받지 못했다.

심지어 워싱턴포스트지 스스로도 이 뉴스를 외신면 한 구석에 게재했을 뿐 아니라, 그 기사 제목에도 'CIA첩자'라는 말은 내비치지도 않았다.

왜 그랬을까? 부끄럽게도 해석 상의 잘못 때문이었다. 포스트지 기사 가운데 문제의 부분은 "많은 미국관리들은 이들 두사람이 CIA에 의해 망명하도록 포섭돼왔다고 시사했다"는 대목과 "다른관리들은 그(장대사)는 보다 오랜 기간 동안 CIA에 의해 포섭돼 왔다고 말했다"는 구절이다.포스트지는 이 대목에서 'had been recruited by the CIA'라는 표현을 썼다. 이 가운데'recruited'라는 표현을 한국 일부 언론이 'CIA에 의해 고용됐다'고 해석한 데서 '장대사 CIA첩자설'이 시작됐던 것.

워싱턴포스트지의 기사를 직접 작성했던 제프리 스미스 기자는 28일 오후(현지시간) 기자와의 전화통화를 통해 문제의 'recruited'라는 표현의 의미를 "누군가를 찾아가 무엇을 해줄 수 있는가를묻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기사 가운데 표현은 "CIA가 먼저 장대사를 찾아가 망명하도록 설득했다는 의미"라고 분명히 했다.

그러니까 CIA가 임기만료로 귀국을 앞두고 있는 장대사에게 접근해서 미국으로 망명하도록 상당기간 동안 포섭해왔다는 것이 그 정확한 의미인 것이다.

〈워싱턴특파원.孔薰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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