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신한국당이 9일 오후 국민회의 김대중(金大中)총재가 노태우(盧泰愚) 전대통령으로부터 20억원외에 6억3천만원을 추가 수수한 근거라며 몇개의 금융계좌를 공개한 후에도 여전히 미지근한반응이다.
박순용(朴舜用) 대검중수부장은 "누가 어떤 명목으로 얼마를 줬다는 내용을 담고 있으면 몰라도단순히 계좌번호 몇개 가지고 쉽게 범죄 혐의를 찾을 수 있겠느냐"며 "1차폭로후나 지금이나 상황이 변한 것은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박중수부장은 그러나 "2차 폭로 내용이 사실일 경우 어떤 법률 적용이 가능한지에 대한 검토를해 보라고 지시했다"고 밝혀 만일에 대비한 준비작업을 착실히 진행하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그러나 검찰 주변에서는 만일 비자금 수사가 시작된다면 폭로된 계좌들이 수사의 시발점이 될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 많다.
김총재가 지난91년 노씨의 돈 3억원씩을 입금받았다고 여권이 제시한 비자금 계좌는 대한투신 청량리 지점 평민당 사무총장 명의의 계좌(11-90-08702-2)와 대한투신 본점 영업부 평민당 사무총장 명의의 계좌(001-050-00002-2)등이다.
또 김총재가 불법실명 전환에 이용했다고 하는 제일은행 남산지점 당좌계좌(110-30-131628)도 나타나 있다.
김총재가 처조카인 이형택(李亨澤)씨를 통해 관리한 동화은행 남역삼지점 계좌도 언급돼있지만구체적인 번호가 제시되지는 않았다.
노씨 비자금 사건 당시 이현우(李賢雨) 전경호실장이 자진 제출한 비자금 통장을 근거로 검찰이본격 수사에 착수할 때도 노씨의 계좌에서 출발, 입출금 내역을 역추적하는 방식으로 비자금 규모와 조성경위가 밝혀진 전례가 있다.
본격 수사가 공식 결정된 뒤에야 가능한 일이지만 김총재의 경우도 검찰은 똑같은 방식을 취할것으로 보이며 비자금의 성격 규명은 관련자 소환 등 별도의 수순이 진행돼야 할 것이라는 게 검찰 주변의 지배적인 관측이다.
물론 구체적인 비자금 계좌가 드러났다고 해서 추적이 일사천리로 쉬울 것이란 보장은 없다.여권 주장대로 김총재의 비자금 수수시기가 7년간에 이뤄졌고 입금시점이 92년말에 대부분 집중돼 있다면 더욱 사정이 여의치 않다.
자금추적에서 핵심 근거가 될 수표의 일련번호, 이서내용, 계좌의 입출금 전산자료, 수표거래상황이 기록된 은행보관 마이크로필름 등이 보존기한 5년을 넘겼을 경우 현재까지 양호하게 보존돼있을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점이다.
사법처리 문제와는 별도로 김총재가 노씨로부터 추가로 6억3천만원을 받은 것이 지난 91년의 일이라면 이에 대한 증거 확보는 사실상 불가능한 셈이다.
여권이 제시하는 수표와 입출금 내역서 사본 등은 법정에서 증거능력을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에검찰이 일일이 모든 증거를 새로 확보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노씨 비자금 사건에 깊이 관여했던 검찰의 한 관계자는 "비자금 수사가 이뤄진다면 계좌에 근거한 자금 역추적은 필수이고 수사의 관건임에 분명하다"고 전제,"그러나 상당한 시일이 지난 지금명확한 진상을 캐기 위해선 증거확보의 어려움등 수사를 하더라도 많은 난관에 봉착할 것"이라고관측했다.
이 관계자는 "노씨 사건은 방대했지만 처음부터 세세한 비자금 계좌를 확보하고 충분한 시간을가질 수 있었기 때문에 웬만큼 증거도 찾고 진술도 얻어냈다"며 "김총재의 경우는 정치적 신분과돈을 받은 경위, 정황 등 면에서 보다 면밀한 검토가 전제돼야 할 것으로 보여 노씨 사건때와는상황이 많이 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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