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간데스크-문화목욕탕

'문화'라는 용어처럼 '비문화'적인 용어는 없을게다. 그래서 요즘 문화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쓰임새에 따른 대상도 구별 않는다. 그냥 쓰면 된다.체면이나 체통도 필요없다. 어디에고 찍어 발라도 붙어만 있으면 묘하게도 문화적인 냄새를 풍기는게 또한 '문화'라는 용어다.문제는 '문화적'이라는데 이미 우리가 매우 병약해 있다는 사실이다. 아무리 비문화적인 것이라해도 이 글자만 붙어 있으면 문화적이 되어 가는 착각을 일으킨다. 그것이 무슨 문화이건 우리들은 그 문화를 문화로 간주하는 일에 지나치게 관대하고 헤퍼진다. 순치된 짐승처럼 되어버린다.양심을 속인 문화는 죽은 문화인데도 그런 죽은 문화마저 문화로 쳐주는 요즘이다. 북극을 향해항상 불안하게 떨고 있는 지남철 바늘이 어느 날 그 떨림을 멈췄을 때는 이미 지남철이 아니듯이양심을 속인 문화는 결코 문화가 될 수 없는데도 버젓이 문화가 되고 있는 것이다.임기 2년을 넘긴 자치단체장들이 문화라는 닉네임 얻기를 즐겨 한다. 문화시장이요 문화지사임을기회 있을때마다 강조한다. 스스로 문화시장이요 지사라고는 차마 말 못하더라도 적어도 그런 뉘앙스만은 풍기려고 부쩍 노력하는 모습이다. 마치 경쟁에나 걸린 모양새다. 그 모양새가 때로는안쓰럽게 여겨진다. 오비이락일까. 차기를 염두에 둔것같아 더 안쓰럽다.

다른 행사에도 마찬가지겠지만 웬만한 문화행사는 놓치지 않는다. 음악회나 전시회 또는 연극공연에도 얼굴이 자주 띈다. 천편일률적인 팸플릿의 인사말도 빼놓을수 없다. 참 좋은 현상이다. 비서진들이 지나치게 좋은 좌석을 확보하려 호들갑을 떠는 통에 이웃한 관객들이 영광보다는 눈살을 찌푸리는게 탈이기는 하지만 따지고 보면 이건 별 탈은 아니다. 그런것보다 이만한 열정과 관심을 가진 것치고는 현재의 우리지역 문화토양이 너무 척박하고 기반 시설 또한 너무 취약하다는점이다. 이를 어떻게 풀이하고 설명할 수 있을까. 이러고도 문화가 경제를 담는 그릇 노릇을 과연하고 있는 것인가.

경주를 시멘트 포장으로 저렇게 엉망으로 만들고 벚꽃으로 치장을 해놓고도 문화엑스포를 열어야하는, 안동에서 열렸던 국제탈춤페스티벌에 몇 외국인들이 표를 가지고도 입장못해 하소연을 들어야 하는 우리들의 입장은 단순히 문화치장에만 머물러 있다는 자괴에 한번쯤 빠져 볼 필요가있지 않을까. 당연히 그래야 한다. 엄청난 예산을 들이는 각종 문화예술 행사에 많은 사람들이 글쎄 하고 고개를 갸우뚱하고 미덥지 못하다는 표정이면 다시한번 고려해보는 슬기도 필요하다. 중국 당나라 때의 시성 두보(杜甫)는 뜻이 있고서 시를 지었다. 그 때문에 독자를 감동시킬수가 있었던 것이다. 새겨 볼 만한 대목이다.

지금 우리에게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단색적인 사고다. 목욕물과 함께 아이까지 내다버리는 단색적인 사고. 이런 사고에 가령 문화라는 겉색이 칠해진다면 결과는 끔찍하다. 단색적인 사고는이렇게 위험하다. 겁나는 사고다. 목욕물 이야기가 나온 김에 이런 상상을 해 본다. 우리 동네에목욕탕이 하나 새로 생겼다. 이름이 문화목욕탕. 아침 저녁으로 이 목욕탕에 가서 샤워를 한다고문화인이 될까?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