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장편소설-기발한 소재 신선한 자극

기발하고 특이한 소재를 소설공간에 풀어내 흥미와 상상력을 밀어올리는 장편들이 잇따라 선보여소설읽기의 재미를 더하고 있다.

이같은 경향은 자칫 소설의 소재주의에 빠질 우려도 있지만 다른 문학장르와 달리 소설에 있어소재가 차지하는 비중을 재확인시킴과 동시에 신선한 감각으로 독자들을 자극하고 있어 소설의한계를 뛰어넘고 있다.

문화라는 상품을 둘러싼 인간군상들의 갈등과 음모를 그린 시인 박덕규씨의 첫 장편소설 '시인들이 살았던 집'(현대문학사)과 중앙박물관지하의 비밀건축물을 둘러싼 상상미스터리를 소설화한장용민, 김성범씨의 '무한육면각체의 비밀'(둥지)이 눈길을 끈다.

'나무도둑'이라는 제목으로 '현대문학'에 연재된 박씨의 소설은 책, 잡지, 문학등 문화의 요소를상품화시키고 이를 물신화하는 집단의 음모를 경쾌한 문체로 그린 문화소설. 살인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한국문화의 중요성을 고취시키려는 문화집단의 연쇄 테러사건을 축으로한 이 소설에는 광신적인 극우논리에 빠져 살인을 지휘하는 지식인과 조작된 대형문학상을 수상하는 문학인,문화적 신분상승을 꿈꾸는 여기자, 문화장사꾼, 테러리스트등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한다.소비문화라는 어두운 이면을 정면으로 파헤친 이 소설을 통해 작가는 자본주의시대 문화와 문화인의 가치체계와 인식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며 신랄한 풍자로 고발하고 있다.

한편 군대 선후배 사이로 두 사람이 함께 쓴 특이한 소설인 '무한육면각체의 비밀'은 독창적인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어느날 종적을 감춘 시인이자 천재건축가 이상(李箱)의 '건축무한육면각체'라는 시의 비밀을 추적하는 젊은이들의 모험을 담고 있다. 우연히 이 의문의 시를 알게된 주인공들은 그 비밀을 풀기위해 노력하지만 점차 살해위협과 음모의 소용돌이와 마주하게 된다. 마침내 그 비밀건축물이 박물관지하에 지어진 단순한 금괴창고가 아니라 우리의 상서로운 기와 지맥을 봉인해 말살하려는 일제의 괴이한 구조물이었고 그 설계자가 이상이었다는 사실을 밝혀낸다는 줄거리다. 흥미로운 소재를 픽션화한 이 소설은 치밀한 구성력과 깔끔한 문장처리, 섬세한 상황묘사로 소설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徐琮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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