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세계의 뉴스메이커-세계무역기구

지난 1일 미국정부가 한국 자동차시장에 대해 슈퍼 301조를 발동, 보복조치를 취하겠다는 뜻을밝히자 한국정부의 반응은 WTO(세계무역기구)에 제소, 강력 대응하겠다는 것이었다. 당시 미국을 방문중이던 임창렬 통산부장관은 데일리 미 상무장관과 만나 "국제규범에 어긋나는 미국의 이같은 일방적인 무역제재 조치는 WTO체제하의 자유무역 실현에 어긋나는 행위"라며 유감의 뜻을분명히 했다.

우리 정부가 WTO에 제소 방침을 굳힌데는 '세계 무역의 유엔'으로 통하는 이 기구가 무역분쟁과 관련, 강대국이 다자간 협상과정을 거치지 않고 일방적인 보복조치를 가하는 것을 금지하고있기 때문이다.

지난 95년 1월 출범한 WTO는 구속력이 약한 협정에 불과했던 GATT(관세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와 달리 법인격과 강제력을 지닌 공식 국제기구로 세계무역의 중심에 자리잡고 있다.한.미, 일.미 등 각국간에 무역분쟁이 발생할때면 언제나 WTO의 이름이 전면에 등장한다. 95년출범 이후 세계 각국이 통상마찰로 WTO에 제소한 분쟁사례는 1백건이 넘을 정도. 이는 GATT체제하에서의 연평균 제소건수(9건)보다 최고 4배이상 많은 것으로 이 기구의 분쟁 해결절차가공정하고 효율적이라는 인식이 점차 높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제소 2건, 피소 8건 등으로 분쟁건수 7위를 기록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현재 컬러TV와 반도체D램에 대한 미국의 반덤핑 규제를WTO에 제소해놓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이후 세계 무역질서를 지배해온 GATT를 한층 강화하고 장장 7년의 진통끝에 타결된 우루과이라운드의 이행을 뒷받침하기 위해 발족한 WTO는 보다 자유롭고 공정한 새로운 무역질서의 확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 회원국들에게 무역분쟁에 관한 협상과 토론의 장을 제공하며,시장 개방 및 공정한 무역의 확대를 위해 강력한 중재 및 정책권고활동을 벌이고 있다.상품교역뿐만 아니라 GATT에서 다루지 않았던 서비스 교역, 지적재산권 등 새로운 분야까지 관장하는 스위스 제네바의 WTO 사무국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레나토 루지에로 사무총장과 5백명의직원들은 밤잠을 설쳐야할 정도.

이같은 WTO의 운영을 위해서는 1백32개 회원국의 합의가 앞서야 한다. 만장일치제를 기본이념으로 하여 다수결로 WTO의 기능을 수행하는데 필요한 조치들을 결정하는 각료회의는 2년마다열리는 최고 의사결정기구. 각국 대표들은 지난해 12월 싱가포르에서 첫 각료회의를 열고 지난 2년간 WTO의 성과를 점검 했다.

각료회의 휴회기간에는 각국의 제네바 주재 대사들로 구성되는 일반이사회가 그 기능을 대신하며, 이밖에 분쟁해결기구(DSB) 등 각종 전문기구들이 WTO의 광범위한 분야를 책임지고 있다.세계무역의 국경을 없애기 위해 산적한 통상과제들을 끊임없이 협상테이블위에 제시하고 있는WTO. 아군과 적군이 따로 없는 살벌한 통상전쟁속에서 국익을 챙기는 지혜가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다.

〈金英修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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