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777그룹'의 건강시비

냉전시절, 구 소련의 브레즈네프가 서독을 방문했을 당시, 미국 CIA팀은 브레즈네프가 묵은 호텔 의 바로 아래층 방을 얻어 비밀리에 투숙했다. 목적은 위층 화장실에서 내려오는 브레즈네프의 대변을 배수파이프를 통해 빼내기 위해서였다. 채취된 변을 의학적으로 검사 분석함으로써 적국 국가 원수의 건강상태와 나아가 언제쯤 사망할 것인지를 추정해 내려한 것이다. 이 희한한 첩보 공작에 대해 훗날 브레즈네프가 죽은뒤 CIA는 '성공한 공작'으로 기록했다고 한다. 국가원수의 건강상태는 내용과 상황에 따라서는 국가 기밀이 될수 있음을 보여준 예다. 세종대왕같은 어질었던 군왕도 청나라에 사신으로 갔던 고득종등이 청의 예부상서에게 '우리 전 하께서 요즘 노고가 쌓이시어 소갈병을 얻은데다 안질이 계시는바 의약을 묻고저 하나...' 라며 최 고통치자의 건강상의 약점과 비밀을 누설한데 대해 사신과 함께 있었던 수행원들까지 의금부에 가두고 아직 귀국치 않은 사신에겐 체포령을 내렸다.

국가지도자의 건강상 결함이나 숨기고 있는 질병은 예나 지금이나 예민한 사안으로 정쟁(政爭)이 있을때는 상대방에게 주요한 공격점이 된다. 최근 대선 싸움이 정책대결이 아닌 이전구투의 흑색 선전으로 치닫는 분위기속에 '777그룹'으로 지칭된 DJT가 연합한뒤 또다시 후보 건강 문제가 거 론되고 있다.

지난주 신한국당이 당보(黨報)에다 DJ가 김수로왕릉앞에서 측근의 부축을 받으며 일어서는 장면 을 게재하면서 '절도 제대로 못하는 불편한 몸, 국가 맡길수 있나'고 건강문제를 빗대 공격한것은 건강약점을 정쟁의 공격점으로 이용한 경우다.

흙탕물튀기기로 번지고 있는 대선 싸움이 드디어 후보의 신체적 약점에까지 시비를 걸만큼 옹졸 스레 치러지고 있는 인상을 주고 있는 것이다. 지금 국민들이 보고자 하는 것은 건강한 정책대결 과 자기 색깔이 있는 국가 비전 제시의 경쟁 모습이다. 신체적 장애나 약점을 꼬집고 힐난하는 것은 인도적으로도 좋은 태도는 못된다. 따라서 지도자로서의 심성과 양심과 정신력 문제를 근거 있게 찾아내 공격해야 옳다고 본다.

3김청산의 본질도 나이가 초점이 아니라 낡은 정치의 구태를 벗어나보자는것이 핵심이다. 페어게 임을 제쳐두고 신체적 약점이나 헤집고 피차 오십보백보인 창당자금 경선자금 의혹만 폭로하는 싸움으로는 민심을 낚을수 없다는 사실은 각종 지지도 여론 조사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신한국당보의 DJ건강보도와 청와대 신당 자금 지원설폭로 직후의 여론조사 (한국리서치 7일발 표)에서도 민심은 크게 변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청와대지원설 폭로후 이인제 후보의 지지도는 전국에서 '상승'했다. 반YS정서가 강한 대구 경북만 18일전 조사때보다 7.9%%정도 하락했을 뿐 대전 충청에서는 14.8%% 부산경남에선 12.8%%나 '급상승'했다.

여론조사 시점이 발표직후라서 아직 국민속에 확산되지 못했을 것이라는 해석도 있을 수 있고 여 론조사 자체의 신뢰성문제도 제기될 수 없는건 아니지만 총체적인 느낌은 '폭로전'에 대한 유권 자들의 호응도가 높지 않다는 점이다. 국민들이 폭로.비방전 대신 어떤 싸움을 원하는가를 보여주 고 있는 예로서 건강.창당자금지원설의 폭로등 비방전도 결과적으로 유익한 게임이 못됐다. 건강얘기가 나온 김에 DJ는 그의 다짐대로 건강공개를 '검토'만 할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스스 로 밝히는 것이 신뢰있는 태도라는 점을 권고하고 싶다. 검토만 되뇌면서 머뭇거리면 의심만 깊 어지게 된다. 정책대결 대신 신체약점을 공격하는건 분명 나쁜 일이지만 국민들의 관심과 근심을 굳이 덮고 감춰두는것도 좋은 처사는 아니다. 지도자의 건강은 중요한것이다. 또한 후보자의 건강 은 아직 국가기밀이 아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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