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현장이 너무 차분해요. 92년 대선때와 비교하면 천양지차라고 봅니다"
국민회의 서울지역 한 지구당에서 만난 선거사무장은 9일 일주일여 앞으로 다가온 '12.18 대선'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5년전 대선때는 당원들과 지지자들로 지구당이 북적거리고 열기가 있었는데 이번 선거는 국가원수를 뽑는 대사인데도 관심이 저조하다는 것.
전체 유권자 3천2백32만명중 22.8%인 7백37만명이 거주, 선거결과에 결정적 변수가 될 서울지역은 선거전이 종반전으로 접어들고 있음에도 이렇듯 선거 바람이 일지 않고있다.여의도 빌딩가나 시장, 백화점앞에서 각 당의 '새물결 유세단' '파랑새 유세단''모래시계 세대 유세단' 등이 펼치는 거리유세에서도 좀처럼 열기는 느껴지지 않는다. 거리유세에 귀기울이는 유권자수가 많아도 2백명에 못미친다.
선거분위기가 피부로 느껴지지 않을 만큼 착 가라앉은 것은 무엇보다도 추위와 함께 닥친 'IMF한파' 때문이다.
공무원, 회사원, 자영업자, 가정주부 할 것 없이 주민들의 우선적인 관심사는'경제가 어떻게 되느냐'는 문제이고, 선거는 뒷전이 됐다.
개인택시 운전기사인 김동욱씨(37)는 "매일같이 이름있는 큰 기업들이 잇따라 부도가 나서 쓰러지는 탓인지 택시승객들도 나라 걱정, 집안 걱정하는 얘기들이 많다"면서 "어떤 후보를 대통령으로뽑더라도 한참동안 나라 경제가 어려움에 빠지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냉소적인 투로 얘기했다.
선거분위기가 가라앉은데는 과거 여의도, 보라매 공원에서 열렸던 대규모 군중집회가 사라지고TV 토론중심으로 선거운동환경이 크게 변해 유권자들이 '광장'에서'안방'으로 옮겨가 정치판을지켜보게 된 것도 적잖이 영향을 미쳤다.
여론조사 전문기관들은 'IMF한파'가 밀려오며 '부동층'(浮動層)이 더욱 늘어났다고 평가하고 있다. 각 당도 서울지역 부동층이 전체 유권자의 20%를 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각 후보진영이 분석하는 판세를 보면 약간씩 다르지만 부동층이 늘어나는 가운데서도 선거일이다가오면서 서울지역 유권자들의 지지 경향은 나름대로 일정한 흐름을 형성하고 있다.한나라당은 "이회창(李會昌) 김대중(金大中)후보 혼전속의 2강1약 구도"(서상목선대위기획본부장),국민회의는 "김대중후보 우위속의 1강1중1약 구도"(이해찬후보지원단 부단장), 국민신당은 "이회창후보 하락, 김대중후보 정체, 이인제후보 상승 추세"(박범진사무총장)로 분석하고 있다. 이인제후보가 다소 처진 가운데 선두 두후보를 추격하고 있는셈이다.
그러나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가 시작되며 '경제위기 책임론' 공방이 일면서 이회창후보가다소 피해를 입었다는 것이 일반적 평가다. 한나라당도 이같은 분석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있다.
여론조사 공표가 금지되기 직전인 지난달 24일 각 언론사가 보도한 지지도는 이회창 후보가31.4~44.9%, 김대중후보가 35.9~40.3%, 이인제후보가 12.6~19.6%의 분포로, 김대중 이회창후보가대체로 선두 각축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었다.
공식 선거전 개시 직전에 실시한 일부 여론조사 결과 서울에서 이회창후보가 오차범위 내에서 김대중후보를 앞선 것으로 나타나자 "사상 초유로 여당후보가 서울에서 1위를 할 것"이라며 흥분했던 한나라당 관계자들도 최근 바짝 긴장하고 있다.
국민회의는 김대중후보의 우위가 회복됐다는 분석속에 다소 안도하고 있지만 서울에서 45%이상득표해야 한다는 목표아래 경계심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92년 대선에서 김대중후보는 37.7%를얻었었다.
선거운동에 돌입할 때 뒤처졌던 이인제후보는 두 차례의 TV 합동토론회를 거치면서 하락세가 멈췄다고 보면서 서울 판세의 변수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따라서 현 시점의 대략적 판세는 한나라당 이회창후보와 국민회의 김대중후보가 치열한 선두다툼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국민신당 이인제후보가 뒤쫓고 있는 양상으로 볼 수 있다.지역적으로는 서초, 강남, 양천, 송파, 강동, 동작 등 강남지역은 이회창후보가우세하고, 성북, 성동, 광진, 동대문, 중랑, 강북, 도봉 등 강북지역은 김대중후보가 우세한 분위기이다.자기가 지지할 후보를 이미 결정한 유권자들은 해당 후보를 지지하는 근거로 나름대로 분명한 이유를 갖고 있었다.
지지 후보별로는 '정치경제안정론' '정권교체론' '세대교체론' 등으로 지지하는명분은 엇갈렸다.서울 유권자들이 지역감정에 덜 의존적이고 이성적이라는 특징이 있는 만큼 IMF태풍에 의해 흔들리고 있는 '표심'(票心)을 사로잡는 것은 현재의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경제대통령감'이누구냐는 물음에 어느 후보가 제대로 답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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