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대통령 외환위기 왜 늦게 알았나

청와대는 7일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이 지난해 11월말 클린턴 미국대통령으로부터 우리의 외환상황에 대한 경고성 전화를 받기 전까지 그 심각성을 깨닫지 못한 게 아니냐는 일부의 관측에 대해"터무니없는 얘기"라며 펄쩍 뛰었다.

이날 오후 반기문(潘基文)외교안보수석은 외국 정상과의 통화내용을 알고 있는 사람이 청와대내에서 자신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클린턴대통령이 김대통령에게 국제통화기금(IMF)과의 지원협상을 서두를 것을 종용했다는 소문을 강력히 부인했다.

반수석의 해명은 한마디로 김대통령은 훨씬 전부터 외환위기를 인식하고 주도적으로 당시 강경식(姜慶植)경제부총리, 김인호(金仁浩)경제수석 팀에게 IMF 자금지원을 검토할 것을 지시했다는 것이다. 다만 캐나다 밴쿠버에서의 아·태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후인 11월28일과 12월3일 두차례 있은 클린턴대통령과의 통화내용에 대해서는 외교관례상 공개하지 않았을 뿐이라는 얘기다.

1차 전화통화에서 한국의 외환사정에 대해 걱정하는 클린턴대통령에게 김대통령이 "잘 알고 있다"고 답변했으며, 머지 않아 다시 통화하기로 한 약속에 따른 2차 통화에서는 클린턴대통령이"IMF와 조기에 잘 협의하는 게 중요하다. 협약의 틀안에서 미국이 50억달러를 우선 지원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다짐했다는 것이다.

김용태(金瑢泰)비서실장, 김광일(金光一)정치특보 등이 밝힌 당시 상황이 다소 다른 부분도 있지만 대략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김대통령이 외환위기의 심각성을 처음으로 보고받은 것은 지난해 11월7일을 전후한 시점이었고이날부터 2주후인 11월21일 정부는 IMF자금지원을 신청하기에 이르렀다.

당시 김대통령에게 사태의 심각성을 보고한 사람은 윤진식(尹鎭植)청와대조세금융담당비서관(현재 세무대학장)이었고 윤비서관이 공식라인을 통해 외환상황의 심각성을 몇차례 보고했지만 윗선에서 반응을 보이지 않자 김비서실장을 비롯한 김정치특보, 문종수(文鐘洙)민정수석 등에게 사태의 급박성을 강조했다.

급기야 김대통령이 이 말을 전해듣고 직접 윤비서관을 본관으로 두차례 불러 외환상황을 보고받고는 다른 금융전문가들로부터 추가적인 자문을 구한 뒤 IMF 자금지원을 신청하도록 강부총리팀에 긴급지시했다는 것이다.

이같은 설명대로라면 당시 금융개혁법안 처리에만 몰두하고 있었던 강부총리와 김경제수석, 이경식(李經植)한국은행총재 등 경제팀은 위기상황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때를 놓쳤다는 책임을면키 어렵다.

어쨌든 청와대 관계자들 증언의 진위여부를 떠나 당시 청와대와 경제부처의 정책결정 과정에서원활한 의사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는 점을 그대로 보여준 셈이다. 김대통령도 국정의 최고결정권자로서 즉각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결심을 미룬 점이 확인됐다는 점을 부인할 수없게 됐다.

〈吳起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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