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제2 국채보상운동'-고철 모으기

올해 우리나라가 외국에서 사들여야 할 고철은 약 2조원어치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1년 수입증가폭을 지난해 물량에 더한 것이다. 국민 1인당 5만원 가까운 돈을 고철 사는데 써야 할 형편이다. 그러나 국내 고철 재활용률은 35%%에도 못미친다. 이에 따라 금모으기에 이어 고철을 끌어모아 불필요한 외화 낭비를 줄이자는 운동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지역에선 대구시와 8개 구.군청, 사단법인 한국재자원환경개발협회 등이 지난 8일 대구시청에서모임을 갖고 앞으로 무기한 '고철모으기 운동'을 전개하기로 결의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연간 4천2백여만t을 생산해 세계 철강생산 6위를 기록한 세계 굴지의 철강생산대국. 그러나 수출물량 1천1백만t과 국내수요 4천만t을 합쳐 지난해 총수요량이 5천1백60만t에 이르는 바람에 실제로 9백30만t의 철강제품을 수입했다.

게다가 철강 재료로 쓰이는 고철 또한 지난해 6백50만t을 수입했다. 환율인상 이전 평균 1t당 단가로 계산할 때 8천9백억원어치. 인상된 환율을 적용할 경우 약 1조8천억원에 이르는 천문학적 금액이다. 수입대체가 없을 경우 우리나라가 고철값으로 지불해야 할 최소 금액인 셈이다.더욱 큰 문제는 수입 고철량의 비중이 점차 커진다는 것. 95년엔 5백만t을 수입해 전체 고철 사용량의 28%%에 그쳤으나 97년엔 30%%로 늘었다. 지난 92년 수입의존도는 26%%선에 그쳤었다.수입 고철량을 10%%만 줄여도 연간 1억달러(1천8백억원)의 불필요한 외화지출을 줄일 수 있다는계산이다.

대구지역 고철수집업체인 신흥상회 길준석사장(33)은 "달러값이 치솟는 바람에 국내 제철업계도국내 고철 확보에 열을 올려 가격이 크게 올랐다"며 "하지만 고철수집물량은 불황의 여파로 인해예년의 절반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실제 국내고철가격은 지난해 초만해도 t당 10만3천원이었으나 최근엔 약 60%% 오른 16만원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그것도 물량이 달려 구하기 힘든 실정이다. 중소금속가공업체가 잇따라 폐업또는 조업을 단축해 고철의 절대발생량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한국무역협회가 지난 8일 밝힌 '주요 원부자재 수급 실태'에서도 고철은 원유, 천연고무, 비철금속등과 함께 원자재 확보가 우려되는 품목으로 분류됐다. 은행계도 고철에 대해서는 우선 대출이 가능한 수입자금 대출관련 중요물자 및 자원으로 묶었다. 환율이 인상되더라도 국내 수급이 어려운이상 수입을 늘리자는 얘기다.

그러나 재활용업계 관계자들은 당국의 이러한 조치에 대해 '무사안일한 발상'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한국자원재생공사측은 "고철 뿐 아니라 폐지, 폐플라스틱 등 폐자원의 재활용률을 10%%만 끌어올려도 연간 3억달러(5천1백억원)를 절약할 수 있다"고 밝혔다.

대구지역 8개 구.군청은 기존 재활용품 수거차량을 이용, 가정에서 찾아낼 수 있는 고철제품을 모을 계획이다. 최근엔 민간업체들도 물량 확보를 위해 구청 차량에 앞서 동네를 돌며 고철류를 모으고 있다. 무심코 버리던 클립 하나, 핀 하나도 모으는 정성이 필요하다.

〈金秀用기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