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부장검사 사칭 사기범 범행수법

부장검사 사칭 사기사건의 주범인 김영현씨(51)의 별명은 '파랑새'다. 희망을 상징하는 뜻의 파랑새가 아니라 김씨의 능수능란한 사기술이 얼마전 방영됐던 TV드라마 '파랑새는 있다'의 사기꾼 '백관장'을 뺨쳐 경찰관들이 붙인 별명이다.

김씨는 70년대 서울의 한 법원 구내식당에서 종업원으로 4년정도 일했다. 이 때의 경험이 김씨의사기범행에 결정적 '밑천'이 됐다. 법원 경매담당자 및 브로커의 얘기를 귀동냥면서 법원 경매과정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쌓은 것.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 속담처럼 법원 식당에서 검사보다 더 검사답게 보이는 '노하우'를 얻은 김씨는 자신의 듬직한 풍체도 부장검사로 보이도록 하는데 십분 활용했다.94, 95년 서울에서 부장검사를 사칭,사기를 치다 경찰의 수배를 받은 김씨는 96년초 무대를 대구로 옮겼다. 골프채를 사면서 알게 된 공성숙씨(37·여)와 '환상의 복식조'를 결성, 본격적으로 사기에 나섰다. "법원 경매에 나온 물건을 싸게 사도록 해주겠다" "법원, 검찰청에 취직시켜 주겠다"며 수천만~수억원씩을 사기쳤다.

김씨는 수성구 범어동 주택 2층에 전세를 얻어 부장검사 관사를 꾸몄다. 법복을 입은 자신의 사진과 법전을 진열해 두고 피해자들을 초대해 눈속임을 했다. 범행대상자는 반드시 법원 앞 다방에서만났고 퇴근시간에 맞춰 검찰에서 걸어나오는 모습을 연출했다. 부산 한 호텔에서 피해자들을 만날땐 거짓으로 만든 '증 ○○○검사'란 화환을 준비해둔 뒤 "부산지검 ○○○검사가 후배인데 선배를 대접하려고 방을 예약해뒀다"고 속였다.

김씨는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받는데도 치밀했다. "수표를 받거나 통장으로 받으면 고위 공직자로재산 추적을 당할 염려가 있다"며 피해자의 명의로 통장을 만들게 한 뒤 통장과 도장, 비밀번호를받았다.

대구북부경찰서 임정섭수사과장은 "김씨의 사기수법이 치밀한 탓도 있으나 피해자들이 큰 돈을벌 수 있다는 욕심에다 부장검사란 '권력'을 맹신한 것이 피해액이 20억원이 넘는 희대의 사기사건을 낳았다"고 지적했다.

〈李大現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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