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타닉 장외공방

지난해 외국영화 직배사의 미국 송금액이 2백45억원에 이르렀다. 안그래도 어려운 이때 외국 직배사만 배불리는 일은 자제해야 한다. 온 국민이 모두 결혼반지까지 빼서 팔아야 하는 극단적인 현실 아닌가. 50만명만 '타이타닉'을 보면 이 운동이 허사가 된다. 20세기 폭스사는 2백만명 동원을목적으로 하고 있다. 외국영화 1편 보지 않는다고 죽는 것이 아니다.

거기다 직배사는 한국영화에 기여한 것이 하나도 없다. 일본처럼 메이저배급망과 수입을 나누지도않고, 한국영화제작에 투자한 것도 없다. 말 그대로 저인망식으로 끌어간다.

'타이타닉'은 거대한 제작비를 들여 만든 전형적인 할리우드영화다. 이런 영화를 보면서 느끼는자괴감도 무시하지 못한다. 특히 주인공인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한국은 더러운 나라라고 비하했다는 내용이 PC통신에 연일 뜨고 있다. 이렇게 무시당하면서도 '타이타닉'을 봐야 하는가.50만명이 '타이타닉'을 보면 미국으로 건너가는 돈이 얼마인지 따져보자. 입장료 5천5백원중 1달러정도인 약 1천8백원이다. 9억원 60만달러다. 지금처럼 얼어붙은 세상에 9억원을 들여 50만명에게 즐거움을 줄수 있는 일이 있는가. 또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한국을 비하했다는 것도 사실무근으로 밝혀졌다.

'타이타닉'이 직배영화라고 보지말라고 한다면 얼마전 개봉된 '에이리언4'는 직배영화가 아니었나.지난해 대기업인 삼성은 '제5원소'를 5백만달러에 수입했다. 지금 환율로 따지면 '타이타닉'에 4백만명의 관객이 드는 것과 맞먹는다. 대기업이 저지른 매판적 행태는 비난 않고, '타이타닉'만 볼모로 하는 것은 우리의 전근대적인 집단주의를 여실히 드러내는 것이다.

문화는 일사불란하게 대할 성질이 아니다. 경제적으로 계량화되는 것도 아니다. 사실확인도 안된뜬소문이 그럴듯하게 믿어지는 사회, 그래서 일사불란하게 보지 말아야 한다고 외치는 사회는 힘이 없다. 쉽게 끓었던 냄비가 쉽게 식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성적이 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