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의 가슴아프고 기분나쁜 기억들을 잊을 수 있다면, 행복하고 즐거운 순간들만 기억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인간의 기억은 마음대로 조절하지 못한다. 오히려 잊고 싶은 것일수록 더 오래 남고 간직하고 싶은 일은 잘 기억하지 못하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미래영화를 보면 기억을 지우거나 마음대로 새겨넣는 장면들이 흔히 나타난다.
이러한 일들이 과학기술에 의해 실현될 날이 멀지 않다는 보고들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과학자들과 제약회사들이 가장 관심을 쏟는 것은 기억을 만드는데 관여하는 분자활동과 분자들의 연결망이다. 기억력 조절의 단초가 되기 때문이다.
이 분야에서 선도적인 미국의 코텍스제약은 이미 4년전에 기억력을 높여주는 것으로 보이는 분자를 발견했다. 코텍스제약이 자사의 약품 후보를 암팔렉스(Ampalex)라고 부르는 것은 암파(AMPA)라는 뇌속의 수용체(신호를 받는 물질)와 관련된 합성물이기 때문이다. 암팔렉스는 이미초로(初老)의 유럽지역 자원자들에게 시험한 결과 그 효능이 입증됐다. 대상자의 3분의2가 같은연배의 평균적인 기억력 시험성적보다 4배나 높은 점수를 얻은 것이다. 현재 미국에서 알츠하이머병 환자들의 기억력을 되살리는데 시험되고 있다.
또 매사추세츠 공과대학의 스스무 토네가와 연구팀은 최근 생쥐를 통한 실험에서 생쥐가 특정장소를 기억할 때 중장기 기억을 받아들이는 신경세포의 수용체가 뇌의 해마상 융기(Hippocampus:뇌에서 볼수 있는 만곡상승부)에 작용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수용체는 오랫동안 기억작용과밀접한 관계가 있을 것으로 추정돼오던 부분이었다.
일본의 국립정신신경센터 신경연구소와 일본수산의 공동연구팀도 최근 기억활동에 관계되는 것으로 보이는 단백질(글루타민산 수용체)의 활용을 높이는 새로운 화합물을 발견했다. 글루타민산 수용체의 활성을 높여주는 기존 약품에 비해 1백배 효과가 있다고 한다. 이로써 글루타민산 수용체의 작용 불균형이 원인의 한가지로 생각되는 치매나 신경질환 치료약 개발이 한층 가속화될 전망이다.
인간의 기억력에 관해 가장 적극적인 연구를 추진중인 곳은 지난해 7월 설립된 헬리콘 세라퓨틱스사다. 아예 회사이름을 '기억회사'라 밝히는 헬리콘사는 사람의 기억을 직접 조절할 수 있는 약품을 개발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첫번째 표적은 장기간의 기억을 생성하는데 중요한 구실을 한다고 여겨지는 단백질인 크렙(CREB:Cyclic-AMP Response Element Binding Protein)이다.헬리콘사 연구진은 과일파리에 특정한 냄새를 풍긴뒤 전기충격을 가하면서 반응을 관찰했다. 그결과 크렙 단백질을 만들도록 조절한 과일파리는 일반 과일파리와 달리 단 한번의 훈련으로 그냄새를 일주일동안 기억했다. 반대로 과일파리 두뇌의 특정한 부위를 유전적으로 바꿔 학습 및기억능력을 완전히 잃게 만드는데도 성공했다. 기억력 조절의 결정적인 단서를 찾은 셈이다.과학자들과 제약회사들은 치매나 알츠하이머 등으로 손상된 기억을 치료하는 것은 물론 기억력을강화시키는 방법과 약품이 조만간 안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대로 특정 부분의 기억을 지워버리는 일도 현재의 연구진행 상황에 비추어 그다지 멀지만은 않은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金在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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