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개혁과 거리먼 선거법협상

여야의 선거법협상이 지지부진하게 진행되는 과정은 국가위기에 대한 정치권의 느슨한 인식과 각오를 반영하는것 같아 유감스럽다. 이번 선거법개정문제의 가장 큰 과제는 IMF관리체제를 벗어나기위한 사회전반의 구조조정속에 상위구조에 속하는 정치권의 고비용(高費用)구조를 청산하는것이다. 그럼에도 여야는 당리당략(黨利黨略)에 얽혀 선거법협상을 마무리해야 할 정상적 시한을넘기고도 핵심과제들을 남겨둔채 미봉책으로 결말을 짓는 저효율을 보여주고 있다.물론 지방의원정수 25%감축, 축·부의금 제한, 주례금지, 현수막·합동연설회 완전폐지, 정당연설회 옥외폐지및 옥내1회축소등에 합의한것은 지금까지보다 비용을 줄이려는 노력으로 평가할 수있다. 그러나 그동안 논의된 지방의원 50%감축 여론에 비하면 턱없이 미진하고 그보다 더 핵심사안인 국회의원 정수문제는 아예 논의조차않고 뒤로 미뤄버린것은 역시 정치권의 이기주의를 보여준 것이라 하겠다. 뿐만아니라 축·부의금제한은 고비용청산에 도움이 되는 제도이긴 하지만그것을 실효성있게 규제하는 문제는 매우 어려워 또다른 정치권의 시비를 가져올 우려가 없지않다.

이번 선거법 협상에서 고비용을 줄이려는 노력은 그런대로 평가할 수 있다 해도 기성정치권에 유리한 부분은 쉽게 합의하고 당리(黨利)에 관련된 문제는 유리한 타협을 노려 쓸데없이 시간을 끌어온 것은 구태를 벗지 못한 모습이다. 단체장출마의사를 갖고있는 국회의원들을 위해 공직사퇴시한을 90일전에서 60일전으로 늦춘것이나 위헌시비에도 불구하고 단체장의 임기중 출마를 제한하고 20%미만 득표단체장 후보에 대한 기탁금을 몰수하는등의 합의는 그같은 이기적 모습의 전형이다.

더욱이 미합의쟁점사항으로 남겨져 8일의 임시국회로 넘겨진 연합공천제와 중선거구제도입등은순전히 당략적 발상에서 빚어진 문제들이다. 그리고 기초단체장임명제문제도 지방자치의 근본을무시한 주장이라 할수있다. 연합공천은 선진국에서 이미 채택하고 있는 제도이며 중선거구제는국회의원소선거구제와 균형이 맞지 않다. 또 기초단체장임명제는 자치체의 예산집행효율성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연구도 있다. 이 문제는 자치구조와도 연결되는 것으로 2단계자치를 1단계자치로 바꿀수 있는 행정구역개편과 맞물려있는 만큼 처음부터 어느 한편의 논리만으로 고집을부릴수 없는 사안이었다.

6월 지방선거를 두고 어떻게든 선거법개정협상을 마무리 지어야겠지만 고비용구조의 근간이 되는문제는 접어두고 지엽적 사안에 여야가 당리당략에 따라 주고받기식으로 타협하는 것은 보기에좋지않다. 국민들이 똑똑히 지켜보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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