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전11시 고3 영어수업이 한창인 대구보건학교(대구대 대명동 캠퍼스 안) 어학실. 교실에 앉은 학생들은 심한 언어장애로 겨우 웅얼거리기만 하거나 "다음 페이지"라는 선생님 말씀에 책장을 뒤에서 앞으로 넘기기도 하는 16명의 신체장애아들이다. 쉴새 없이 온몸을 배배 꼬아대는 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면서도 서기식 선생님(43)은 아이들을 붙잡고 억지로 '씨름'하지 않는다. "얘들아, 선생님 별명이 뭐지?" "큰 바위 얼굴이요" 맨 앞줄에 앉은 지연이의 대답에 교실은 까르르 웃음바다.
"특별히 장애인들을 위해 봉사하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이들과 더불어 즐겁게 살고있을 뿐이죠"
특수학교 교사가 뭐 대단하냐고 말하는 서선생님도 생후 11개월때 소아마비를 앓아 지금까지 휠체어 신세를 지고 있다. 대부분의 대학이 장애인에게 문을 열어주지 않던 시절에 대구대 특수교육학과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그로서는 특수학교에 다닐 수 있고 특례입학의 기회가 주어진 요즘 아이들이 가끔씩 부럽게 느껴질 때도 있다.
"대학 진학만이 최선이 아니라는 것은 장애아들에게도 마찬가지지만 도전의 기회가 공평하게 주어져야 한다는 것이 중요하죠. 만약 실패하더라도 결코 비굴하지 않고 떳떳이 살 수 있는 사람이되라고 가르칩니다"
깡통을 차고 앉은 걸인의 모습을 커다랗게 칠판에 그린 서선생님. "너희들도 이렇게 되면 안되겠지?" 소란스런 수업분위기를 가라앉힌 그는 계속해서 영어책을 읽어나갔다.
〈申靑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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