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법원 경매장 새 풍속도

부동산을 싸게 구입할 수 있는 재테크 수단으로 인식됐던 법원 경매에 최근엔 TV·세탁기·냉장고·주방용품 등 가재도구들이 무더기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사상 최악의 경제난 때문에 부도·파산은 물론 보증으로 인해 집안 살림 전부를 경매에 넘겨야하는 사람들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법원이 내놓는 가재도구의 최초 경매 제시가격(기본감정가)은 시가의 10~30% 정도. 이나마도 잇따라 유찰돼 감정가 보다 훨씬 싼 가격에 매매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경매 관계자들에 따르면 가재도구 일체가 매매되는 가격대는 보통 70만~80만원선. 에어컨·피아노·고급가구가 포함된 신접 살림 세트도 2백만원 이하에 낙찰되고 있다. 손때 묻은 살림을 몽땅 처분해봐야 20만~30만원에 불과한 딱한 채무자들도 흔하다.

가재도구들이 헐값에 낙찰되자 압류를 당한 가재도구의 원래 주인들이 대리인을 통해 다시사들이는 경우도 있다. 살림을 새로 장만하려면 많은 돈이 들기 때문.

수성구 황금동에 사는 정모씨(43)는 올해초 보증을 섰다가 2억원 규모의 채무를 몽땅 변제해야하는 신세가 되면서 집안 살림을 모두 압류당하자 친지를 경매에 대신 내보내 자신의가재도구를 되사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대구시 서구 비산동의 김모씨(35)는 채무변제도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법원 주변의브로커로부터 가재도구를 낙찰받은 뒤 공증을 하면 재압류를 막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대리인을 통해 자신의 가재도구를 되샀으나 결국 재압류당했다.

〈李宗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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