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업 살생부 과연 있는가

'기업 살생부'는 과연 존재하는가.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지난 10일'국민과의 TV대화'를 통해 부실기업을 이달중 선정, 퇴출시키겠다고 밝힌 이후 정치권에선 대상기업 명단의 존재 여부를 둘러싼 여야간 공방이 날로뜨거워지고 있다. 실제로 경제분야에선 증시가 폭락했으며 환율도 한때 급등세를 보였을 정도로 살생부 충격에 휩싸이고 있는 것이다.

국민회의측은 연일 정책위의장과 대변인등 당직자들을 통해 한나라당측이 주장하는 기업 살생부의 존재를 거듭 부인하는 등 파문 진화에 나서고 있다.

장영달(張永達) 제2정책조정위원장은 14일 서울여의도 당사에서 정책 브리핑을 통해 "기업구조조정은 늦춰질 경우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이 더욱 크기 때문에 신속하고 강도높게 추진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조조정을 서두르는 데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적 저의가 깔려 있다는 야당측 주장에 대한 반박인 셈이다.

하루전 김원길(金元吉)정책위의장도 기자간담회를 자청, 살생부 명단 작성설에 대해 "있지도않고 있어서도 안된다"고 일축한 뒤"정부는 부실기업 퇴출에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구조조정은 기업과 은행 양측간의 협의에 의해 결정될 뿐이란 점을 부각시킨 것이다.

김정책위의장은 또 "김대통령 발언은 당초 내달말까지로 예정됐던 부실기업 정리방침을 한달 앞당긴 것일 뿐"이라며"금융기관별로 접수된 각 그룹의 구조조정계획을 보고받고 난뒤퇴출기업 선정은 이달말까지면 되겠다고 판단, 이를 얘기한 것"이라고 김대통령 발언의 경위까지 자세히 설명했다.

반면 한나라당은 부실기업 퇴출에 대해 원칙적으론 반대하지 않지만 정부가'부실판정위원회'까지 만들어 이달말까지 대상기업을 선정하겠다고 밝힌 것은 경제적으로 적지 않은 영향을미치는 것은 물론 정치적으로도 의혹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공격하고 있다.

특히 대상기업을 이달말까지 선정하겠다는 것은 지방선거가 내달 4일로 예정돼 있다는 점을감안할 경우 선거기간중 기업들을 여당쪽으로 줄세우기 위한 저의를 깔고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당은 이번 살생부 파문에 편승, 현 정부의 경제정책 전반에 대한 공세로까지 확산키겠다는 전략이다.

이와 관련, 조순(趙淳)총재는"경제에 정부가 간섭하면서 시장경제를 하겠다는 것은 모순으로경제를 절대로 회생시킬 수없다"고 비난한뒤 "기업을 골라 살생하려 하다니 기준도 없고 능력도 없는 정부"라고 공박, 사실상 살생부의 존재를 기정사실화했다.

이상희(李祥羲)정책위의장도"이번 조치는 인위적이고 행정적인 것이기 때문에 부실기업 여부를 가리는 판정단계에서부터 경영외적인 영향을 받을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徐奉大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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