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시론-투명하고 정직한 사회

지난해 여름 태국의 경제위기를 시발로 우리나라와 인도네시아 등 동아시아 경제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 급기야는 동아시아 경제회복에 중요한 역할을 하여야 할 일본마저 국내의 거품붕괴에 따른 경기하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중국이나 말레이시아의 앞날도 그리 밝지 못하다. 최근의 인도네시아 사태와 우리나라의 경제적 불안, 엔화 약세 등으로 동아시아전체가 경제대란에 빠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인도네시아 사태는 지난 32년간 수하르토 독재정치하에서 형성된 족벌정치와 경제집중에 의한 부정부패에서 그 근원을 찾을수 있다. 또한 최근에는 일본의 대장성관료들이 민간인사나 사업체들로부터 접대를 받은 혐의로 사법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오고 있다.

요즈음 동아시아 경제위기의 근원을 두고 이른바 '아시아적 가치'에 대한 회의가 늘어나고있다. 인의예지라든가 충효등 우리의 훌륭한 전통가치 중에서도 본질이 오도되어 오히려 사회발전과 통합을 저해하는 것도 일부 있다. 먼저 우리 사회에는 전통적으로 인간관계에서정직성이나 합리성보다는 인정을 중시해 혈연, 지연, 학연에 치우치는 끼리끼리의 사고가 널리 퍼져 있다. 여기에는 인간관계란 공모관계가 되어야 신뢰가 생기고 비밀을 터놓을 수 있다는 부정직한 인식이 깔려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사회제도와 관행은 투명하지 못하게 되고 부정부패가 싹트게 되는 것이다. 정부의 정책결정은 불투명하고 일관성없이 이루어지는경우가 많았고 정치권의 경우에도 정경유착을 통한 비자금조성과 자금세탁등 부정한 행위가통하게 되었다. 제대로 정착되지도 않은 금융실명제는 작년 말에 경제위기극복이라는 미명하에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었다. 기업들은 믿을 수 없는 회계장부를 만들고 상호지급보증등부정한 방법으로 외형만 키워왔다. 더구나 대출심사 기능을 통해 거래기업의 건전성을 평가하고 이를 유도해야 할 금융기관들은 부정하고 무책임하게 부실기업을 양산하는데 일조했다. 한 사회의 양심의 보루라 할 대학에서조차도 신입생선발, 편입학, 교수임용과정이 불투명하게 이루어지고 금품이 오간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최근 드러나고 있다.

이와 같이 그동안 우리사회 곳곳에는 투명하지 못하고 부정직한 행위들이 아무런 거리낌없이 이루어져 왔다. 우리가 IMF위기극복을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외국자본유치도 사회전반이 투명해지고 구성원 각자가 정직해지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기업들은 외부감사를강화하고 결합재무제표 작성을 의무화하여 사외이사제를 도입하는 등의 경영투명성 확보를위한 조치들을 서둘러 시행하여야 한다. 정부가 독점해온 행정정보를 최대한 시민에게 공개하여 시민이 정부를 감시·감독하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 정치의 모든 과정이 투명하게 드러나도록 하기 위해 자금세탁방지법 등을 도입하고 금융실명제로 투명하고믿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미래지향적으로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 대학사회의 투명성제고를 위해서는 학부모, 학생, 동창회, 지역사회인사 등 외부인이 교수임용에서부터 예산회계, 학칙제정 등 전반적인 학사행정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어야 할 것이다.투명성과 정직은 글로벌경쟁시대에 처해있는 우리들이 갖추어야 할 가장 기본적인 덕목이다. 또한 이 두가지 덕목은 유치원 교육에서부터 강조되어온 초보적인 교훈이요 상식이다.그런데 이런 기본적인 것조차도 지켜지지 않는 것이 우리의 현실인 것을 보면 가정, 학교,그리고 사회가 함께 깊이 반성해 보아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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