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DJ 방미 설명회 대화록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15일 윤관대법원장, 김용준헌법재판소장, 김종필총리서리 및 여야4당 대표들과의 오찬회동에서 방미결과를 설명하고 경제현안에 대한 의견만 나눴을 뿐 정치얘기는 애써 피했다. 이날 처음에는 분위기가 냉랭했으나 김대통령이 방미성과를 상세히 설명하면서 나아졌다는 후문이다. 회동후 조순(趙淳)한나라당총재는 "나라를 걱정하는 모임이었고 대화내용도 좋았다"며 만족해했다. 다음은 대화록.

▲김대통령= 국민과 여러 지도자들의 성원덕분에 미국방문을 무사히 마치고 돌아와 감사말씀을 드린다. (이후 30분간 방미결과 설명)

▲박태준총재= 미국에선 일본의 엔저(円低)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김대통령= 엔저가 우리나라 수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일본이 아시아경제를도와야 하는 입장인데도 부담이 되고 있고 그 영향으로 중국의 위안(元)화까지 절하되면 우리 경제에 크게 악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우리 외환보유고가 3백60억달러이고 앞으로 1백억달러가 더 들어올 예정이나 문제는 심각합니다. 미국이나 일본이 해결을 위해 무릎을 맞대고 적극 노력해야 합니다.

▲박총재= 일본에서 (일본수출입은행차관) 30억달러를 빨리 들여와야 하겠습니다.▲김대통령= 정계에 계신 분들도 일본 지도자들을 만나 얘기해 주셨으면 합니다.▲김총리서리=미국에도 설득하기위해 여야 지도자들을 함께 보내는 게 좋겠습니다.▲조순총재= 우리당에도 좋은 분들이 많으니 함께 보내지요.

▲이만섭총재= 대통령의 방미성과가 참으로 큰 만큼 그 결실이 맺어져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국정개혁, 정치개혁이 필요합니다. 정치가 경제위기 극복의 걸림돌이 돼선 안됩니다.의원 수도 줄이고 선거제도도 영남, 호남에서 다른 당 후보가 당선되도록 바꿔야 합니다. 인위적인 지역연합보다 국가 대연합이 바람직합니다. 대통령께선 국난극복을 위해서나 통일을전제로 해서나 국가 대연합을 구상해주십시요. 구체적인 방안은 별도로 말씀드릴 기회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조순총재= 나라를 위해 큰 노력을 해주신 데 국민의 한사람으로 감사드립니다. 방미성과가 국내에서 구체적으로 나타날 수 있게 우리 당도 여야없이 총력을 기울여 협력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정쟁 중지를 통해 국력의 낭비가 없도록 하는 것입니다. 진언하고 싶은것은 인위적인 정계개편이 없었으면 하는 것입니다. 지방선거중 고소·고발이 많았으나 불문에 부치는 게 마땅합니다. 민주주의는 대통령을 두고 조크할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당 국회의원이 점잖치 않은 말을 한데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관대한 입장을 표명해주시기 바랍니다. 또 영수회담을 하면 서로 건설적인 얘기가 나올 것이니 자주 대화를 하면 감사하겠습니다.

▲ 김대통령= 사법부에서도 오셨으니 두총재 말씀은 참고로 듣겠습니다. 정치문제는 별도로얘기할 수 있는 기회가…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李憲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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