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장기밀매자의 눈물

"장기밀매가 정신과 육체를 이렇게까지 황폐하게 만들 줄은 몰랐습니다"

돈때문에 장기를 팔았던 이모씨(35.대구시 남구 대명동). 이씨는 5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계속 깊어져 가는 양심의 가책과 수치심으로 고통스런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씨가 자신의 신장 한쪽을 떼내 판 것은 지난 93년 6월. 대학졸업후 대구에서 출판사를 운영하다 자금난에 몰린 이씨는 돈이 급한 나머지 장기 판매 브로커를 찾았다.

부도를 막아보겠다는 일념에 2천만원을 받고 수술대에 오른 이씨에게 수술후 예상치 못한후유증이 찾아왔다. 힘든 일을 하면 쉽게 피로해져 2년여 동안 정상적인 활동을 할수 없게됐고 회사도 결국 부도가 나고 말았다.

"더욱 견딜 수 없었던 것은 양심의 가책과 수치심이었습니다. 수술자국을 남들이 볼까봐공중목욕탕에도 가지 못하고 더운 여름에도 웃옷을 마음대로 벗을 수가 없었습니다"부부관계에도 문제가 생겨 이혼을 당한 이씨는 대학시절부터 해 오던 문학회 활동도 중단하고 지난 96년 원양어선을 탔다. 하지만 체력의 한계로 팔다리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은 이씨는 상한 몸을 이끌고 지난 2월 대구로 돌아올 수 밖에 없었다."장기기증은 가장 고귀한 사랑의 실천입니다. 하지만 돈만을 목적으로 한 장기밀매는 한 사람의 정신과 육체를 황폐하게 만들 뿐입니다. 카드빚을 갚기 위한 대학생, 노름빚 독촉에 몰린 직장인이나 실직자 등많은 사람들이 지금도 장기밀매 유혹에 넘어가고 있을 것입니다"

장기를 팔았다는 양심의 가책에 사후 안구기증 서약까지 한 이씨. 지난 5년간을 악몽처럼회상하는 이씨가 눈물로 하는 충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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