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국 축구 왜 무너졌나

*진학 축구가 유망주 앞길 막아

98프랑스월드컵은 세계 무대에서 한국축구의 위치를 일깨워준 대회였다.

한국대표팀의 기량은 4년전보다 뒷걸음질 한 반면 경쟁국들은 전술과 개인기량이 상향평준화 돼 한국축구와 세계수준과의 격차는 더 벌어졌다는 평가다.

이는 눈앞의 성적에만 급급한 학교체육과 선수들의 안일한 훈련태도, 기본기에 대한 지도자의 이해부족 등 축구의 '제도적 인프라'가 취약하기 때문이다.

지도자와 학교에서는 한달에 한번꼴로 열리는 전국규모 대회에서 진학조건인 '8강 또는 4강진입'을 위해 이기기 위한 축구만을 어린 선수들에게 강요했다.

공식적으로는 '4강진입' 조건이 없어졌지만 국립대학과 연.고대는 4강, 다른 대학도 8강안에는 들어야 대학에 들어갈 수 있다. 이에 따라 1천여명의 고교선수중 3백여명만이 대학에 진학하는 것이 현실이다. 축구를 계속하기 위해서는 대학에 진학해야 하고 대학진학을 위해서는 승부에 집착하는 악순환이 되풀이 되고 있는 것. 선수들이 충분히 쉬면서 자율적인 훈련과 개인기량을 연마할 수 있도록 1년에 서너차례의 대회만을 치르는 축구선진국이나 일본과비교되는 부분이다.

이런 고질적 병폐가 승부에만 집착하는 '로봇축구'를 낳고 유망주들의 개인기 개발과 창조적인 플레이를 가로막는 원인이 되었다.

전문가들은 성적과 관계없이 축구를 즐기고 유망주들을 흡수하기 위한 방편으로 일본처럼유소년축구에 클럽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박경훈 청구고감독은 『프로팀과 연계해 어린이 축구교실을 클럽시스템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며 『유소년클럽에서 가능성을 인정받은 선수들이 중.고에서 개인기와 기본적인 전술훈련을 받은 뒤 바로 프로팀으로 가는 시스템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축구선수들의 개인적인 노력부족도 문제. 축구인 김영균씨(한국초등연맹이사)는 『축구선수들의 신체조건은 많이 나아졌지만 개인기량은 더 퇴보한 감이 있다』며 『선수들이 개인기연마에 열성을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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