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姓)도 불확실한 보잘것 없는 집안 출신, 18세에 고아가 된 후 30세까지 떠돌이 생활을 하던 싸구려 화가, 이름도 직업도 재산도 없는 몽상가, 1차대전중 서부전선 방공호에서 늘 공상만 하던 독일 상병.
동료들은 몽환적인 눈빛의 짧은 콧수염만 기억하고 있다. 그 누구도 그가 전세계를 전쟁의도가니속으로 몰고 가리라고는 생각못했다.
아돌프 히틀러(1889-1945). 새로운 밀레니엄을 앞둔 지금, 그를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히틀러를 뺀 20세기의 이해란 있을수 없기 때문이다.
요하임 페스트의 '히틀러 평전'(안인희 옮김, 푸른숲 펴냄)이 번역출판됐다. 히틀러 평전의결정판으로 독일에서 1973년 처음 출간되고 1995년에 재출간된 책이다.
철저히 무명인 그가 독일의 총통이 돼 전유럽을 손에 넣는 삶의 궤적이 극적으로 그려진 작품이다. 교묘하고도 집요하게 권력을 잡아가는 과정, 시대 상황과 대중의 심리를 꿰뚫어보는힘, 권력을 잡은 후의 행로, 최후의 몰락까지를 저자의 역사에 대한 뛰어난 통찰력으로 쓰고있다.
이전의 히틀러전기와 비교할 때 두가지 측면에서 새로운 주장을 펴고 있다. 첫째로 히틀러는 시대의 흐름에 역행한 예외적인 존재라는 주장과 달리 시대의 요청을 구현한 인물이란사실을 밝히고 있다. 또 하나는 히틀러가 권력만을 추구한 '공허한 기회주의자'였다는 주장을 반박하고 있다. 비록 부정적이기는 했지만 그는 집요하게 자신의 이념을 추구한 인물이었다는 것이다.
'부정적'이란 것은 이미 전세계인의 뇌리에 박힌 역사의 돌출적인 '미치광이' 히틀러다. 유태종족 말살이란 초유의 '악마적 정책'과 2차대전이란 세계 비극의 '가해자'인 측면이다.그러나 저자는 전기 서술자가 아닌 역사 관찰자로서 그를 조망하고 있다. '치정살인 같다'는평을 들은 뛰어난 연설, 국가적 이벤트를 기획한 연출능력, 대중심리의 마법사, 탁월한 위기관리능력, 자신에게 철저했던 인간적인 면모등.
또한 2차대전에서 독일이 저지른 만행이 히틀러 한 사람의 망상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일부는 독일의 시대적 요청에 기원이 있다는 반성적인 발언도 포함돼 있다. 다만 그는 시대의정신을 기묘할 정도로 극단으로 몰고 나갔을뿐.
번역출판사는 출간의 의의에 현재 한국의 상황이 히틀러가 등장하기 직전 독일사회와 유사하다고 했다. 경제의 몰락과 높아만 가는 실업률, 그로 인한 사회불안, 중산층의 위기의식,다시 불어오는 절대 권력자에 대한 향수. 그러나 생각할 수 조차 없는 일이다. 히틀러는 '비극의 광신자''비극을 빚는 독재자'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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