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북 무장간첩 시체 발견-고비맞은 대북정책

북한잠수정침투사건이 마무리되기도 전에 12일 발생한 북한의 무장간첩침투사건으로 '햇볕정책'을 기조로 한 정부의 대북정책이 중대한 고비에 처했다.

정부는 지난달 22일의 북한의 잠수정침투사건에도 불구하고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을 비롯한강인덕(康仁德)통일부장관등 고위정책당국자들이 거듭 대북햇볕정책 불변을 주장해왔으나이번 사건은 이같은 대북유화론자들의 입지를 위축시키고있다.

또 이번 사건은 오는 16일로 예정된 판문점 장성급회담에서 북한의 사과와 재발방지 등을약속받고 잠수정사건을 조기매듭짓는다는 방침을 세운 정부당국자들을 당혹하게 했다. 지난잠수정사건수습을 주도해온 임동원(林東源)청와대외교안보수석은"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난뒤 말하겠다"며 곤혹스런 입장을 감추지 않았다.

따라서 이미 잠수정침투사건으로 한차례 연기된 현대측의 2차 소 5백1마리의 대북지원계획도 기약할 수 없게 됐고 날짜까지 잡힌 금강산관광개발일정등 활성화되던 남북경협도 적잖은 지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되고있다.

결국 이번 무장간첩사건은 새정부의 대북정책 전반을 재점검하는 계기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햇볕정책 기조유지를 위해 잠수정침투사건에 대해 분명한 대응을 하지않은 당국의 자세에 대한 비난이 거세게 일고있다. 김대통령이 '북한의 무력도발불용'을 포함한 대북3원칙을 거듭 강조했는데도 잠수정침투사건을 '무장침투'라는 애매한 용어로 규정하고 소홀하게 대응한 데 대한 책임문제 또한 강하게 제기되고있다.

국방부가 이번에는 곧바로 성명을 내고 '천인공노할 군사도발행위'라고 규정하고, '좌시하지않겠다'고 선언한 것은 정부의 대응자세가 지난 번과는 다르다는 것을 시사하고는 있다.정세현(丁世鉉)통일부차관이"곤혹스럽지만 왔다갔다 할 수는 없지않느냐"고 밝히듯 정부당국이 햇볕정책기조를 고수하기는 하겠지만 수위조절은 불가피해진 것이다. 확고한 안보태세가 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섣부르게 햇볕만 고집하는 대북정책은 무용하다는 보수세력의목소리를 귀담아듣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어쨌든 지난 9일 열린 확대안보관계장관회의에서 북한이 대남침투를 계속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도 이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하지 않은 안보당국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은 더욱 높아가고있다.

북한의 무력도발행위에 대한 적절하고 분명한 대응을 햇볕정책의 변화로 혼동하고 있는 듯한 정부의 정책혼선이 이번과 같은 북한의 무장간첩침투를 자초했다는 지적도 설득력을 얻고있다. 한마디로 현정부의 햇볕정책이 북한에 대한 안이한 접근자세에 불과하다는 비판에직면해있는 셈이다.

〈徐明秀기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