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실직사실 떳떳이 밝히고 공개구직 나서라

『...요즘은 왜 이렇게 자신감이 떨어지고 무능한 생각이 드는지 모르겠습니다. 무슨 일이든지 자신있게 처리하고 항상 긍지와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왔는데 말입니다. 아내와 자식들보기가 너무나 민망해 정처없이 한적한 곳을 헤매고 돌아올 때가 한두번이 아니랍니다...』지난주 신문사로 한통의 편지가 날아들었다. 편지의 주인공은 선희봉씨(43.대구시 수성구 지산동.전화 762-4139). 선씨는 영관장교 출신으로 지난해 말까지 지역 ㄷ백화점에서 총무과장으로 일하다 실직했다. 1주일간 가족들에게 실직 사실을 숨긴 채 정장을 입고 출근 아닌 출근도 해봤지만 도무지 갈 곳이 없었다. 지난 1월부터 본격적인 실직자 생활을 시작했다. 처음 1~2개월간 노동청, 인력은행을 돌아다니며 재취업을 시도해 봤다. 그러나 40대 사무직 실직자가 들어갈 자리는 별로 없었다. 실망과 좌절의 연속이었다. 아무리 늦게 잠들어도 새벽5시면 어김없이 잠에서 깼다. 그때부터 등줄기에서 식은 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어떻게 하루를 보내야 하나'. 생각다 못한 선씨는 공개구직을 하기로 맘 먹었다. 군생활을 하면서 인사, 작전 등 요직을 거쳤고 백화점에서도 인사, 교육, 기획, 용역사 직원관리 등을 도맡아 처리한 만큼 웬만한 기업체 살림살이는 해 낼 자신이 있었다.

『채용만 해 주신다면 지금같이 어려운 시기에 회사에 꼭 필요한 사람으로 근무하고 싶습니다. 특히 중소기업체에서 근무하고픈 생각입니다. 보수는 주는대로 받겠습니다』실업자 2백만명을 눈앞에 두고 있는 시대에 가만히 앉아 일자리를 구한다는 것은 재취업을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다. 선씨와 같이 편지를 보내는 경우는 극히 드물지만 많은 재취업 희망자들이 PC통신이나 인터넷에 자신의 경력, 희망직종, 희망근무지 등을 올려놓고 있다.PC통신 취업란의 IP사업자 대다수가 구직등록란을 개설해 둔 상태다. 공개채용을 할 만큼큰 기업이 아니거나 특수한 분야에 일정한 조건을 갖춘 사람을 찾고 있을 때 구직코너는 제능력을 발휘한다.

노동부 인터넷 홈페이지(www.molab.go.kr)에 들어가보면 전국 각 시.도별 구직등록 현황을한 눈에 볼 수 있다. 노동부 구직등록란은 직종, 나이, 근무지, 학력 등의 조건에 따른 검색이 가능하기 때문에 소규모 전문인력을 채용하려는 기업체들이 많이 이용한다.비서직을 희망하는 김모씨(22.여)는 올해 대학을 졸업했으며 영문번역 등에 자신이 있으므로한번 자신을 채용해보라고 자기소개서를 올려놓았다. 대구지역에서 정규직을 희망하는 공개구직자만 지난 6일 이후 20여명이 등록했다. 희망직종이나 성별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대부분 검색횟수가 20여회에 이른다.

대구지방노동청 한 관계자는 『일부 업체에서 정식 직원이 아니고 수당제의 외판.일용직원을 끌어들이기 위해 공개구직을 악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며 『사업 성격이 불분명한 경우 단호하게 거절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말했다. 〈金秀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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