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인기피 확산 외톨이족 는다

'사람 만나기가 겁난다'

임금이 삭감되고 실업난이 가중되는 등 최악의 경제난 여파가 피부에 와닿자 사람이 사람을기피하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친목회·동창회 등 각종 월례 모임도 특별한 일이 없는 한취소해 버리기 일쑤여서 갈비집 같은 고급식당은 단체 손님이 줄어 울상이다.

포항서 토건업을 하는 박모씨(45)는 지난 3월 이후 외부와의 접촉을 거의 끊고 산다. 종전같으면 매일 아는 사람들을 만나 점심을 먹으며 세상 돌아가는 귀동냥도 했지만 지금은 점심값 마저 부담을 느끼기 때문. 필요한 입찰정보 등은 자신이 전화해서 챙길 뿐, 간혹 걸려오는 전화 마저 연결시키지 말라고 지시해 두고 있다.

39세 동갑내기 모임인 포항 ㅎ회 회원들은 아예 월례회를 중지한 경우. 만나봤자 짜증나는이야기 뿐이고 회원들 성격도 갈수록 날카로워져 사사건건 대립, 만나지 않는 것이 득이라는 판단에서다.

동창회·동문회·종친회 등에 나오는 사람도 눈에 띄게 줄었다. 생활과 크게 밀접치 않을뿐 아니라 요즘같은 세상에 한가하게 그런 모임에 나가 명함을 내밀 마음이 영 내키지 않고경비 부담도 만만찮은 것이 이유. 따라서 이들 모임은 참석 회원들이 절반 이하로 뚝 떨어져 겨우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포항시 장성동 김모씨(39·직장인)는 "줄어든 월급에 맞춰 살기에는 외부 접촉도 분에 넘치는 것 같아 지난 2월 휴대폰과 집 전화번호를 아예 바꿔 버렸다"고 했다.

〈포항·崔潤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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