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박외통 전격 경질 배경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4일, 박정수(朴定洙)외교통상부장관을 전격적으로 경질한 것은 최근한.러외교마찰에 따른 문책성격이다. 물론 새정부출범이후 박장관의 여러가지 실수도 영향을준 듯하고 다소 미숙한 업무 장악능력도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안기부에 밀렸다는 얘기도 있다.

청와대인사들의 얘기를 종합해보면 김대통령은 청남대휴가기간동안 한.러외교마찰에 대한보고를 받고 경질쪽의 방향을 잡았고 특히 지난 3일 안기부장과 외통부장관의 보고를 받고이날 저녁 경질을 결심했다는 것.

박장관도 이같은 기류를 간파한 듯 3일 김대통령에게 사의를 적극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정가에서는 결국 경험부족에서 빚어진 사퇴였지만 박장관이 정치인출신으로 지난 5개월동안의욕을 갖고 열심히 일했다는 평은 하고 있다.

청와대 외교안보팀쪽에서는 문책인사에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책인사는 바로 러시아에대한 우리측 잘못을 시인하는 꼴이 될 수도 있기때문이다. 임동원(林東源)외교안보수석은 줄곧 "이번 한.러외교마찰과정에서 우리 정부측이 잘못한 게 없다"는 입장을 펼쳐왔다. 또 3일오후까지만해도 "문책인사는 없다"고 단언했다.

박장관에게 동정적인 시각도 있다. 지난 한.러외무장관회담에서 프리마코프장관에게 끌려다닌 게 결정적 실수였지만 안기부로부터 양국 정보당국간의 협의내용을 듣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 안기부로부터 정보협조를 받지못한 상황에서 협상테이블에 앉아 외교적 망신을 당한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는 주장이다.

어쨌든 김대통령은 경질을 선택했다. 한.러외교문제가 계속 쟁점이 되는 것을 우려했고 장기적으로 러시아와의 관계 복원도 염두에 두고 있는 듯하다. 홍순영(洪淳瑛)신임장관이 주러시아대사출신이다.

김대통령이 새정부들어 업무상으로 장관을 교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시사하는 대목도적지 않다. 밀리는 인상을 주는 경질인사를 싫어하는 김대통령인사스타일의 변화다. 이번한.러외교마찰에 대한 시중의 여론이 너무 좋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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