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마음의 선물

오늘도 진료실에 나와 하루의 일과를 시작한다. 언제나 늘상하는 같은 일들이다. 환자와 상담하고 치료하는.... 돌이켜보면 의과대학에 입학했던 그 어린시절(?) 그때는 모두들 꿈도 많았다. 무의촌 진료의 꿈과, 어렵고 힘든 이웃을 위해 살아가겠다던 그 시절의 순수했던 이상들!

무의촌 진료실이 시내 한가운데의 진료실이 되었고, 젊은시절의 그 꿈들도 마음속 깊이 잠들어 있지만 그래도 우리에겐 환자와의 신뢰의 좋은 추억이 있기에, 오늘이 허전하지 만은않다.

나자신 여러가지로 부족한 점이 많지만, 환자진료에는 세심하고 정이 많아서인지 환자로부터 선물 받은 적이 많았던것 같다. 선물이래야 그리 큰 선물은 아니고 작은 마음의 선물들이지만.

여드름으로 온갖 치료를 다 했는데도 호전되지 않아 고민하던 30대 젊은 부인이 나를 찾아오셨다. 애기를 하나 더 낳으면 여드름이 좋아진다는 헛소문을 듣고 산부인과에 상담하러가셨다가 크게 꾸중듣고 피부과로 오신 것이다. 나는 그때 병원을 막 옮긴터라 환자도 별로없어 매일 오랜시간을 공들여 처치하고 치료하니, 지성이면 감천이라 몇주가 안되어 정말예쁘고 깨끗한 얼굴이 되었다. 그후 그분은 돌미역을 선물로 갖고 오셨는데 해변가 친정에서 직접 키운 것이라면서 나를 위해 그 멀리서 손수 갖고 오신 것이었다. 진심이 담긴 고마운 선물이라 기분좋게 받아 간호원들과 나누어 먹었다. 지금도 그 돌미역을 생각할때면 언제나 마음 흐뭇하다.

또 한번은 백화점에 근무하는 젊은 아가씨 한분이 얼굴에 여드름이 많이 났다며 내원하였는데 자세히보니 여드름이 아니라 작은 사마귀종류였다. 또 운이따라 몇주만에 완쾌되었다. 이번에는 양말을 선물 받았다. 오늘도 그 예쁜 양말을 신으면서 즐거운 마음으로 진료실을 향한다. 따뜻한 마음을 느끼면서.... 채유호〈채피부과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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