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죽어서 하느님앞에 가지고 갈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첫째로는 돈이 그렇고 사랑하는 가족과 친구, 높은지위나 명예가 그렇다. 그러나 단한가지 죽어서도 가지고 갈 수 있는 것이 있다.
그것은 이승에서 남에게 베푼 착한일이다' 유태인들이 자식들에게 가르친다는 금언(金言)의 하나다. 대한적십자사가'남에게 베푸는 착한일'의 상징적 모금인 적십자회비를 지금까지 통반장의 독려에 의해 거두던 징수방법에서 주민들의 자율 납부제로 바꾸고 각 시도에 시범지역을 정 해 거두고 있는 중이다.
고종황제가 칙령으로 대한제국 적십자사를 창설한지 93년이 되는 올해 현재 전국의 적십자회원은 700만명, 그들이 지난 한해동안 낸 적십자회비만도 3백 10억원.
올해 역시 IMF중이었던 지난 1기(期)징수액이 목표액의 105%를 넘어섰다. 더구나 수 재민 돕기 성금 모으기 캠페인이 중복 돼있는 힘든 여건에서도 전국 대도시 시범지역별 적 십자 회비 자진납부 첫실적은 한달사이에 지역에 따라서는 이미 88%의 성과를 올린 곳도 나오고 있다. 한마디로 나라와 내 이웃이 어려울때마다 성금이든 봉사든 내핍이든 남을 위 해 '착한일'하는 쪽은 항상 먹고 살기 바쁜 민초들이었다는 체험적 진리를 다시 한번 보여 주고 있는것이다. 자식의 손가락을 자르고 인륜과 사랑을 잊어가는 모진 세상이지만 그래도 민초들의 가슴속에 아직 따뜻한 피는 흐르고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무슨 연유인지 우리 향토 대구는 요즘 어딘가 모르게 허전한 가슴들을 메마른 삭풍 앞에 내던져 두고 있는것 같다. 야권도시로 전락된 정치적 무력감 탓인지 아니면 가라앉을 대로 다 가라앉아 버린듯한 경제 탓인진 모르나 왜소감이나 소침함 같은 감정, 그리고 호기 (豪氣)와 의기(義氣)가 오그라든 듯한 느낌이 군데군데 드러나 보인다. 적십자 회비 자율징 수 실적하나만 보자. 같은 기간 같은 모금 방법과 같은 절차와 동일한 시기에 모아진 회비 수납 비율은 (목표액 대비%) 서울 74% 부산 88% 인천73% 대전87% 그리고 광주도 76%. 그런데 유독 우리 대구지역은 42%였다. 부산과 대전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왜 이런 의외의 현상이 나타났을까. IMF가 대구만 유난히 더 두드린것도 아니고 수해 역시 경기 충청지역이 더 컸으면 컸지 적지 않았다면 이유는 야박한 인심이 아닌 침잠된 심기(心 氣)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나라와 이웃을 생각하는 대구사람의 마음 씀씀이가 타지역보다 야박하거나 통이 작은 적은 없었다. 대구가 적십자회비같은 '베푸는 마음'의 모금비율에서 타 도시의 절반도 안된 사실은 활발한 수재 의연금 모금에도 불구하고 왠지 대구의 자존심 이 다친것 같은 기분을 떨칠수 없다. 돈 얘기가 아니라 대구 사람의 감성과 기분을 두고 생 각해 보자는것이다.
지금 우리는 소외된 정치와 무너진 경제로 인해 망가진 마음의 상처를 가급적 빨리 추스려 야 한다 그리고 여유를 되찾아야한다. 대구와 대구시민이 어떤 도시였고 어떤 시민들이였던 가를 적십자사는 기억하고 있다. 24년전 적십자사가 전국에서 동시에 일으켰던 '사랑의 쌀 한줌 모으기'운동이 시작된 이후 그 쌀기금을 쌓아 지금까지도 매년 8백여명의 장학생들에 게 연간 1억2천만원의 학비 지원을 끈기있게 계속하고 있는 최후의 도시는 대구 밖에 없다. 전국의 적십자사지사들은 그런 대구의 황소 같은 뚝심과 저력의 바닥을 은연중 외경스럽게 바라보고 있다.
모금 마감을 보름앞둔 지금은 아직 42%, 그러나 뚝심이란 본디 끝에가서 숨은 힘을 보이는 법이다. 황소같은 뚝심으로 다시한번 쌀모으기운동에서 보였던 대구의 자긍심을 보여주자. 그것은 돈자랑얘기가 아니라 대구는 여전히 힘차게 살아있고 마음은 아직 따뜻하다는 자긍 심을 스스로 다짐하자는데 있다. 대구는 결코 의기소침 주저앉는 풀죽은 도시가 될수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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