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일본의 자유무역지대 제의

오쿠라 가즈오(小倉和夫)주한 일본대사의 한일 자유무역지대 설정 혹은 경제통합제의는 김대중대통령의 방일을 앞둔 시점이라는데서 주목을 받고 있다. 그리고 이 제안은 세계화시대를 맞아 지역경제권설정이 붐을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일단은 검토의 대상이 될 필요는 있다고 본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국민의 감정이 아직은 정리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그것은식민통치를 행한 일본측에서 명백한 사죄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경제적 통합이나 자유무역지대 설정과 같은 블록을 형성한다면 국민들은 본능적으로 또하나의 경제적식민을 생각하게 될 것이다. 과거 서독과 프랑스가 서로 경제블록을 이룰수 있었던 것은 독일의 명백한 사죄가 있었기 때문이었다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경제적 측면에서 분석해 봐도 한일 양국의 경제관계는 상호보완적 이라기 보다는 경쟁과 경합관계에 놓여 있다. 이는 우리수출품의 43%가 일본과 경합관계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알 수 있다. 관세율면에서도 일본은 평균 4.6%인데 비해 우리는 8%이다. 이를 같은비율로 조정해버리면 우리시장에는 일본상품으로 덮어쓸 가능성이 높다.

국제정치상의 역학구도에서도 성립되기 어려운 여건이다. 우선 엔화블록 형성을 미국이 좋아할리 없으며 동시에 중국도 이를 탐탁하게 여기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정에도 불구하고 검토의 대상은 되어야 한다는 것은 지금과 같이 세계화와 개방화가 진행되면서 새로운 세계표준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아시아의 역할은 거의 없는 형편이다. 이점에서 일본대사가 말했듯이 "두나라의 공동관심분야에 대한 자유롭고 공정한 룰을만들기 위해 두나라가 주도권을 잡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에는 수긍이 가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세계무역기구발족때에도 아시아는 반덤핑이나 농업분야에서 유럽보다는 못한불공정 대접을 받았었다. 이를 위해서는 동북아 또는 아시아 블록이 형성되어야 하며 이때한일양국은 공동 이니셔티브를 잡아야 하는 것이다.

한일경제블록 역시 긍정적인 측면이 없는 것은 아니다. 독일과 프랑스 역시 경제적으로는경합관계에 놓인 분야가 많고 정치적으로는 불편한 역사적 관계가 가로막고 있는등 한일과비슷한 상황이었었다. 그러나 독일과 프랑스는 불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을 깨고 성공적으로블록을 형성해 오늘의 유럽공동체의 모체로 발전했다. 한일이 블록을 형성한다면 특히 공동연구분야등 일부분야에서는 우리는 앞선 일본 기술을 이용할 수 있는 유리한 입장에 설수도있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독일과 같은 일본의 완전한 과거사 정리가 선행되어야 한다는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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