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처구니 없는 일이 하도 많아 면역이 될만도 하지만 농어촌구조개선자금이 '먼저 본사람이 임자'란 식으로 마구잡이 낭비된 현실을 보면 분노를 넘어 맥이 풀린다. 검찰은농어촌구조개선기금에서 나오는 보조금을 가짜 서류를 꾸며 타낸 농축산.어민과 이를묵인해준 공무원등 2백98명을 적발, 이중 40여명을 구속했다는 것이다. 기금에서 새 나간돈이 무려 3백38억원이나 된다.
적발된 사람중에는 축산물처리시설을 한다며 71억원을 타낸 경우도 있다. 또다른 사람들은화훼배양시설을 한다, 돈육생산.포장공장을 짓는다, 비닐 하우스를 만든다…는 등의사업계획서를 제출, 수억원씩의 보조금을 수령했다. 그러나 현장엔 축산물처리시설도없었고 화훼단지.돈육시설.비닐하우스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았다. 정부돈은 우선 타서쓰고 보자는 심보였다. 여기에 해당 공무원들이 뻔한 거짓 계획서인줄 알면서도 눈감아주고 거금의 뇌물을 챙긴 것이다.
나랏돈을 끌어 낸 이들은 농어촌발전을 위해 일을 한 것이 아니라 그돈으로 빚을 갚거나다방.식당을 차리기도 했다. 일부는 사채놀이로 재미를 봤다고 한다. 보조금은 20년거치연리5%의 '공짜나 다름 없는'자금인데 이자 13%이상의 돈놀이를 한 것이다.
기가 막힌 사실은 농민운동가로 존경받았던 사람도 축산관련시설비의10배나 되는 영수증을 만들어 차액 8천여만원을 챙긴 것이다. 너먹고 나먹고 하는 판국에아무런 제제가 없었다.
이런 일이 벌어진 첫째 원인은 사업계획서를 제출하면 이를 심사하는 관계공무원들이서류심사만 하고 지원금을 내줬기 때문이다. 현장실사(實査)를 통한 타당성조사를 하고,사후 현장확인등 직무를 충실히 했다면 이런 사태가 생길 수가 없다.
각종시설비계상방법이나 내용에 대해서도 꼼꼼히 따지지 않았기 때문에 실제 시설비의 10배나되는 보조금이 나가는 결과를 빚은 것이다. 결국 구속된 공무원들은 사업계획서가엉터리란 것을 알면서도 보조금을 내주고 뇌물을 받은 것이다.
또하나 기금운용의 맹점은 정부에서 지자체에 일정 지원금을 '할당'해왔기 때문에할당받은 지원금을 소진(消盡)시키는데 지자체가 급급해온 것도 큰 이유중의 하나다.92년부터 42조원이 투입된 농어촌구조개선기금은 2004년까지 총57조원이 소요되는국책사업의 성격이다. 우루과이라운드이후의 농축산물 개방에 대응코자 시작한구조개선사업이 이렇게 뒤죽박죽이 된 것은 개탄스럽다. 지금부터라도 돈쓰임에 대한철저한 사전.사후 점검과 감시가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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