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에 큰 불이 났을때 마을의 지도자가 맨 먼저 결정해야 할 일은 우선 동네사람들을 끌어모아 불부터 끄는 일이다. 그것이 일반적인 상식이다. 그런데 어떤 지도자가, 앞으로 또 불이 안나게 하려면 우선 불이 나게 한 범인들부터 찾아내 호되게 처벌해야 다시는 화재없는 '제2의 마을'을 건설할 수 있다며 물동이 대신 몽둥이를 들고 범인수색에 매달리고 있으면 어떻게 될까. 자연히 자기 집만 계속 타들어 가는 걸 보는 주민들은 불평을 하게 되고 마을 수장들사이에는 불부터 꺼 야 된다는 쪽과 범인부터 잡아야 된다는 쪽이 패가 갈려 싸우는 상황이 나오게 된다. 그사이 불 은 점점 더 번지고 한두명 잡아낸 방화 혐의자들은 '너도 옛날에 더 큰 불낸 적 있으면서 왜 나 만 잡느냐'고 앙앙불락한다. 불도 제대로 못끄고 범인도 꿇어 앉히지 못하는 꼴이 된다.
최근 타 들어가는 불길처럼 계속 악화돼 가는 우리의 경제와 서로 '독재'다 '내란선동'이다하며 다투고 있는 여야의 사정정국(司正政局)이 바로 그런 상황과 닮아있다. 정치권의 부패사정이 개혁 의 걸림돌이 되므로 경제난국중에도 사정은 해야 된다는 김대통령의 주장은 원론적으로는 틀린 생각은 아니다. 새롭게 잘 개혁된 국가를 다시 건설해보자는 '제2건국'의 의욕도 방법과 과정이 국민적 공감과 정치권의 공조(共助)를 잘 얻어가며 진행된다면 좋은 국정지표임엔 틀림없다.
문제 는 과연 그러한 김 대통령의 사정개혁과 제2건국의 의욕과 목표가 국민적 공감과 정치권의 마찰 없는 공조(共助)를 얻어내고 있는가 하는데 있다. '제2건국'은 국민정부가 과거정권들과는 달리 뭔가 차별화된 정부임을 보여주고 싶어하는 상징적 캐치프레이즈인 것 같고 또한 매우 강한 의욕 으로 진행시키고 있다는 인상이 짙다. 따라서 제2건국의 성공을 원한다면 무엇보다도 방화범의 전과는 일단 접어두고 동네사람을 너나없이 다 끌어 안고 한마음으로 불끄는데만 매달리게 할 수 있는 후덕한 포용과 리더십부터 보여야 한다. 더구나 대통령자신 조차 과거의 20억+α 설로 동네 불과는 상관없는 완벽한 입장에 서 있지 않는 처지다. 최근의 여론조사에서도'김대통령이 잘한다' 고 보는 국민은 겨우 38%선, 제2건국 역시 61.4%의 국민들이 아직 '공감하지 않고 있다'고 응답 하고 있다.
사정에도 불구, 정치개혁이 이루어질 거라고 믿는 국민도 37.8%뿐이다. 더구나 야당의 원이 여당으로 소신바꿔 들어간 것이 사정과 관련있어서 그럴 거라고 믿는 국민이 70%를 넘고 있다. 사정 압력에 의해 마지못해 끌려 갔다는 야당파괴쪽으로 추측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렇게 되고서는 제2건국의 성공은 앞이 어둡다. 당연히 제2건국의 추진주체에겐 과정과 방법에 대한 새 로운 접근과 인식이 요구되는 것이다.
동서화합, 국민대통합과 국력 회복의 왕도(王道)는 일단 너 나없이 끌어안는 데 있다. 썩은 무리들까지 어떻게 끌어 안느냐고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다 썩은 곳이 많은 것은 우리 모두가 총체적으로 쌓아온 부끄러운 역사의 찌꺼기요 갚아야 할 업보다. 이 제 와서 비저항세력만 골라가며 끌어 안으려 한다면 그 순간 공감대는 사라지게 된다. 물론 국회 는 비워두고 장외투쟁이나 하는 야당도 문제가 없지 않다.
여당입당 압력만 규탄할 게 아니라 깨 끗이 '나 얼마 먹었다가 여당 안간 죄로 잡혀갑니다'고 밝히고 감옥 막 끌려간 인물이 국회, 광 역, 기초단체 할 것 없이 과연 몇이나 있었는가도 거꾸로 자성해봐야 한다.
그런 용기나 자기성찰의 자세없이 무조건 '나만 참새냐'는 논리로 길거리 투쟁이나 하는 구태는 당당치 못한 태도다. 이회창, 김윤환씨 등 야당 지도자들도 지역의 자존심을 진정으로 두려워한다 면 장외투쟁같은 낡은 구시대적 정치 투쟁방식으로부터 벗어나 당당히 의회정치 테두리안에서 싸 우는 변화된 정치의식을 보여야 옳다.
지금은 다같이 불부터 끄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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