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를 구하러 인력은행과 고용안정센터를 방문하는 실직자들은 하루 수백명에 이르지만 취업의 길은 멀고도 험하다. 구직자들이 가장 흔히 택하는 방법은 실업급여를 받으러 나오는 길에 구직등록을 한 뒤 무작정 기다리는 것.
그러나 남들이 다 하는 방법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똑같이 구직창구를 이용하더라도 자신의존재와 구직하려는 열의를 부각시키는 적극적인 방법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노동관서 직업상담원과 인간적으로 친해져야 한다. '이 사람은 정말 일자리가 급하구나'하는 생각을 심어줘야 한다.직업상담원의 눈을 통해서 본 구직의 성공과 실패 사례들을 살펴보자.
▨ 성공한 일자리 구하기
전문대 산업디자인과를 졸업한 김영희씨(24.여)는 졸업 후 2년째 실직상태. 아르바이트 경험은 있으나 실무경력은 거의 없었다. 워드3급, 주산2급에 CAD를 조금 할 수 있는 정도.1차로 쿠폰할인점에서 명함이나 홍보물을 도안하는 직종을 알선했으나 경력이 없고 본인이 다룰수 있는 프로그램이 없어 취업에 실패했다. 2차 상담시 알선한 업체는 시외곽에 위치한 중소업체.레이스 무늬를 컴퓨터로 도안, 제작하는 업체였고 초보라도 감각과 흥미를 갖춘 사람은 지원이가능했다. 채용후 3개월간은 수습기간으로 월 55만원을 지급하고 정식채용후 월 60만원 이상을지급한다고 했다.
다행히 김씨는 면접과 실기시험을 거쳐 입사했다. 김씨의 경우는 자신이 전공한 직종에 대한 취업의사가 뚜렷했다. 당장 수입은 적지만 경력을 쌓을 수 있다는 점에서 김씨도 흔쾌히 취업했다.무엇보다 취업의사가 있는 업체는 직접 방문해보는 것이 좋다. 전화연락만으로 문의해오는 경우업체는 구직자가 소극적이고 취업의사가 불분명한 것으로 의심한다.
구직자 윤동진씨(33)는 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고아원을 뛰쳐나와 공장에서 생활해오다가 최근 실직했다. 구직창구를 찾을 당시만해도 여관을 전전하며 생활하고 있었고 하루 한끼를 먹기도 힘든처지라고 했다. 다급한 상황이었다. 가능하면 기숙사가 있는 제조업체를 소개하기로 했다. 윤씨도기숙사만 있다면 전국 어디서라도 일하겠다고 했다.
1주일에 한번씩 방문상담을 하고 구인업체가 있을 경우 전화로 확인하기로 했다. 마침 2회 상담시 다이캐스팅 경력자를 구하는 대구지역 업체가 있어 윤씨는 취업에 성공했다.타인을 경계하는 윤씨와의 상담은 쉽지 않았다. 처음에는 속마음을 털어놓기를 꺼리던 그는 상담이 진행되면서 어린시절부터 힘들었던 청소년기, 고아라고 따돌림받던 직장시절 이야기를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구직자의 처지를 속속들이 알게되자 일자리를 알선해야겠다는 의지도 더욱 확고해졌다.
▨ 실패한 일자리 구하기
4년제 대학 산업미술과를 전공한 김철수씨(30)는 광고대행사에서 디자인업무 2년 경력을 쌓은 뒤제약회사에서 영업활동도 했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실직한 뒤 지금껏 구직활동을 해오고 있다.2개월전 상담원과 만나 취업알선을 받았으나 번번히 김씨와 회사측의 눈높이가 맞지않아 채용에이르지는 못했다. 그렇다고 김씨가 현실과 맞지않는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도 아니었다. 문제는다른 곳에 있었다. 장기간 실업에 따른 자신감 상실이었다. 계속되는 미채용 통보와 업체의 구인조건 번복으로 빚어진 문제였다. 과거에 자신감있게 도전하던 업체도 미리 겁을 먹고 지원을 포기했고 최근 들어선 전혀 경험도 없는 생산직을 해보겠다고 말했다. 실직이 장기화될 경우는 우선 경험을 쌓는다는 생각으로 다소 근무조건이 낮은 업체에 취업한 뒤 재도약을 준비하는 것이좋다.
직업상담원들이 하루 만나는 구직자는 수십명에 이른다. 직종에 따라 상담원이 배치되기 때문에비슷비슷한 처지의 구직자를 계속해 만나게 된다. 단순히 컴퓨터에 자신의 이름을 등록시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상담원이 구인정보를 검색하다가 '이런 일자리라면 바로 이 사람이 적당할거야'하는 생각이 들 만큼 적극적인 구직의사를 보여야한다.
대구인력은행 직업상담원 윤영탁씨(33)는 "무덤덤하게 상담하는 구직자보다 일자리가 필요한 처지를 강하게 호소하는 사람이 더 기억에 남는다"며 "구인업체도 채용조건이 비슷하다면 보다 간절히 일자리를 원하는 사람을 뽑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金秀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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