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벼 세우기 작업

태풍이 휩쓸고 간 폭우로 수확기를 앞둔 벼논이 침수되자 군장병들이 쓰러진 벼를 세우고 있다.〈사진 오른쪽〉

1일 오후 경북 경주시 안강 들녘에서 한 농부가 물이 빠지기를 기다리며 안타까워하고 있다.

〈金泰亨기자〉

수해복구 "한마음"

망연자실도 잠시, 수마가 할퀴고 간 현장에는 다시 재기의 삽질이 부산한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최대 피해지역인 포항을 비롯 곳곳에서는 포클레인의 굉음이 요란해졌으며 여름내내 땀흘린 농부들은 한톨의 벼라도 더 건지기 위해 이른 새벽부터 들판을 뛰어다니고 있다. 여기에는 민 관 군이 따로 없다. 모두가 한 마음이다.

그렇지만 쓰러진 벼를 세우고 떠내려간 길을 새로 내는 현장 마다에는 일손이 달려 발을 구르는안타까운 모습이다.

30일 밤 물이 무릎이상 차올라 황급히 대피했던 포항시내 중앙상가와 죽도.북부시장 상인들은 1일 날이 밝자 마자 흙탕물로 뒤범벅인 물건들을 씻어 말리고 물청소를 한 뒤 다시 문을 열어 추석 손님을 맞고 있다.

귀신잡는 해병은 폭우가 쏟아지던 30일 밤새 수마와 싸운데 이어 1일에는 자신들의 생일인 국군의 날도 반납한 채 1천여 병력들이 포항시내를 누비며 민간인들이 힘에 부치는 복구작업에 달려들어 '일당백의 땀'을 뿌리고 있다.

1일 하룻동안에는 6백명의 포철인들도 31개 자매마을에 나가 아픈 마음을 함께 나누며 일손을 보탰다.

대구의 향토사단인 보병 제50사단(사단장 이영환)은 1일 부터 무기한으로 필수요원을 제외한 전장병을 '벼세우기 운동'에 동원하기로 하고 하루 4천여명씩 들판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경상북도와 농협은 1일 부터 도내 2백34개 면사무소와 2백18개 농협지소에 일손돕기 창구를 개설, 인력 동원이 어려운 추석연휴에 농민을 도울 자발적인 일손을 모으고 있다. 이 창구에는 벌써부터 농협직원과 귀성객들이 추석을 고향일손돕기 기회로 삼아 보람을 찾겠다는 신청을 줄지어해오고 있다.

이런 복구의 현장에는 아직도 엄청난 피해에 비해 일손이 턱없이 부족하다. 포항시 연일읍 동문리에서 부인과 함께 벼세우기를 한 박종민씨(58). "쓰러진 벼는 2∼3일 사이에만 세우면 수확률이크게 떨어지지 않는데…"라며 한두손이라도 지원받을 길이 없느냐며 안타까워 했다.포항시 오천읍 용덕리 김용석씨(64)는"서울.대구에 나가있는 자식들이 추석 연휴동안 모두 동원돼도 피해면적의 절반 정도밖에 일으켜 세우지 못할 것같다"며 일손의 절대 부족을 호소했다.경주시 역시 안강들을 비롯 수해가 심한 들판에는 추석이 겹친 탓에 공단 근로자들의 지원도 쉽지않은 데다 공무원들도 경주엑스포 행사에 상당수 동원되고 있어 복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朴埈賢.崔潤彩.崔敬喆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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