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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아우얼바하의 사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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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리히 아우얼바하는 '미메시스'라는 책의 저자로 세상에 널리 알려진 독일 출신의 문예이론가이다. 그는 독일의 대학에서 서양 고전문학을 연구하고 또 가르쳤다. 그러던중 나찌 정권이 들어서게 되자 유태인인 그는 박해를 피해 터키로 탈출하게 된다. 요행히 그는 이스탄불의 한 대학에서자리를 얻어 계속 학문을 연구하고 가르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터키는 학문을 연구하기에는 너무도 열악한 조건이었다. 참고 서적과 자료가 독일의 대학에 비하면 형편없이 부족했던 것이다.

보통 사람들의 시각에서 보면, 다른 유태인처럼 학살당하지 않고 살아남은 것만 해도 천만다행인데 좋은 연구 환경까지 바라게 되었냐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가스실에서 비참하게 죽어간 유태인에 비하면 아우얼바하는 무척 운이 좋은 편에 속하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광기의 시대에 죽지 않고 살아남은 행운에 보답하기 위해 학자로서 해야할 일이 무엇이겠는가. 더 열심히 공부하는 수밖에.

학문과 문화가 발달한 유럽에 비하면 터키는 형편없는 문화적 변방이었다. 그러나 그는 '책이 부족한' 터키의 불우한 연구 환경에 절망하지 않고 새로운 공부 방법을 모색하게 된다. 그것은 그나마 있는 책을 '사색하면서 깊이 읽는 것'. 이러한 방법으로 그는 서양의 고전작품들을 분석해서'미메시스'라는 명저를 남기게 된 것이다. 우리는 아우얼바하를 통해 사색의 힘이 얼마나 강한가를 깨닫게 된다. 사색은 독서의 내용을 보다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영남대 국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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