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락 나뭇잎들이 가을 늦바람이 들어 저마다 붉게 혹은 노랗게 치장하는 동안, 한쪽 귀퉁이에 있는 듯 마는 듯 대나무들이 사색에 잠겨 있다.
대나무는 속을 비우며 곧게 자라다가 죽어서 새로 태어나 사람들을 널리 이롭게 한다. 그래서 대나무는 지금 이승과 저승을 왕래하며 영혼을 온몸으로 울려줄 피리나 대금이 될 것인지, 아니면 '얼음 위에 댓닢자리 보아/님과 나와 얼어죽을 망정/정둔 오늘 밤 더디 새오시라 더디 새오시라/〈만전춘〉' 고려가요처럼 뜨거운 연인들을 위한 댓닢 자리가 될 것인지를 곰곰 생각하는 중인것 같다. 무언가 되기 위해서는 혼신의 힘을 기울이지 않으면 아무 것도 이룩할 수 없다.'여기서부터, -멀다./칸칸마다 밤이 깊은/푸른 기차를 타고/대꽃이 피는 마을까지/백년이 걸린다.〈서정춘, 竹편1〉'
꽃이 피기까지 백년이란 긴 시간이 걸리고, 대꽃이 피고 나면 대나무의 한 생애는 끝난다. 정치와인생의 허무한 말년 등 대숲에서 온갖 상념에 젖다보니 뜨거운 여름동안 자신이 가랑잎처럼 긴장이 풀어졌다는 반성을 해 본다. 곧 겨울이 오겠지만 찬바람이 오히려 온 정신과 몸을 긴장시키는코르셋이 되어 각자의 일에 최선을 다하면 꼭 봄이 오리라 확신한다.
'가장 높은 정신은/추운 곳에서 살아 움직이며/허옇게 얼어터진 계곡과 계곡 사이/바위와 바위의결빙을 노래한다.〈조정권, 산정묘지〉'
고난의 역사를 꿋꿋하게 견디며 이겨온 배달의 민족 아닌가? 어려울수록 더욱 뭉치며 헤쳐나가던신라의 화랑정신을 생각하면 정치나 경제면의 이 겨울이 결코 무섭지 않다.
한 칸씩 속 다 비워낸뒤 또 한 칸을 딛고 곧게 오르는 대나무가 푸른 기차를 타고, 희망과 인내의 멀고 긴 여행길에 나설 채비를 하는가 보다. 제 속을 비우면서 꿋꿋이 외로움을 견딘 사람만이 죽어서 모든 이들의 존경을 받는다. 그것이 바로 영원히 사는 길이기 때문이다. 정숙〈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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