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나라 '세풍사과'후 정국향배

이회창(李會昌)한나라당총재가 4일 국세청을 통한 대선자금 모금이라는 이른바 세풍사건에 대해국민들에게 송구함을 표시한 것은 시기 선택과 발언의 무게에 대한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절반의 사과'였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이총재의 이날 언급은 한 마디로 세풍 사과, 총풍 사과거부였다. 하지만 이총재의 이같은 언급이곧바로 정국해빙의 단초가 될 것인지 여부는 속단하기 어렵다. 여야 모두 일각에서 대화분위기는감지되고 있긴 하지만 아직 성사단계에 이르기까지는 넘어야 할 고비가 너무 많다.한나라당은 이에 대해 이른바 총풍과 세풍사건 등 두가지 중 하나에 대해 유감표명을 했으므로절반이며 현 단계에서 이총재가 보일 수 있는 최대의 성의를 보인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세풍사건은 원인과 과정이야 어찌됐든 결과적으로 국세청 간부가 모금한 돈이 대선자금으로 유입됐으므로 유감표명이 필요하지만 총풍사건은 고문조작에 의한 것이므로 사과란 있을 수 없다는것이다.

그러나 여권은 이총재의 세풍사과가 사필귀정(事必歸正)이라며 당연시 하고 있다. 또 절반의 사과라기 보다는 최소한의 유감표명이 필요하다는 당안팎의 압력에 대한 화답일 뿐이라며 진정한사과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이 강하다.

국민회의는 이총재가 총풍사건에 대한 여권의 사과요구에 대해"당치 않은 일"이라며 일축하고'고문조작'이라는 기존주장을 되풀이한데 대해 정치.도의적 책임론을 거듭 제기했다. 때문에 이총재의 유감표명이 곧바로 냉각정국을 풀기 위한 영수회담 등으로 이어질 것으로 단정하기는 어렵다.한나라당 이총재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총풍' 진상규명 발언에 대한 당 차원의 대응책을 마련하기 위해 긴급 소집한 의원총회에서 향후 정국의 대처 방향을 분명히제시했다.측근인 서상목(徐相穆)의원이 관련된 세풍사건에 대해서는 이번 기회에 직접 대국민 사과를 통해일단락짓고, 대신 상대적으로 유리하다고 판단되는 '총풍(銃風) 사건'으로 전선을 단순화하겠다는것이다.

그가 총풍사건에 대해 "사과할 여지도 없고, 전혀 고려도 않고 있다"면서 "특히 여당총재를 겸하고 있는 김대통령이 특정사건에 대해 수사를 지시한 것은 현행법 체계를 위반한 것이고 온당치도않다"고 말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여권의 세풍사건에 대한 사과요구를 수용, 여야 영수회담 성사를 위한 '환경'을 조성하는 한편,여권의 총풍사건 처리를 예의주시하면서 필요할 경우 확전으로 나아갈 태세를 갖추는 모습이다.다만 여권이 이총재의 사과를 미흡하긴 하지만 수용하는 분위기고 총풍에 대해서도 이총재를 원색적으로 성토하기 보다는 정치력 부재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시하는 것으로 봐서 강경론 일색은아닌 듯하다.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는 이와 관련, 5일"이총재가 총풍사건에 대해서도 그렇게 일축하고 반발할 것이 아니라 검찰수사과정을 지켜보자고 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한 점으로 봐서 전면적으로 대화를 거부하려는 분위기도 아니다.

하지만 검찰이 총풍사건에 대해 전면 재수사에 착수하는 등 한나라당과 이총재에 대한 압박이 가중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 대화분위기는 성숙되지 못하고 있다. 특히 3일대통령의 철저한 배후규명 지시가 상상을 넘는 수준이었다는 점 또한 앞 일을 예단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李東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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