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통도사에서 공부할 때 서울갈 일이 있어서 열차를 탔다.
갖가지 얼굴들의 많은 사람들, 흐뭇한 표정이나 피곤한 표정 그리고 무표정한 사람들, 제각기 인연의 끈을 안고 뒤섞여 있었다.
나는 속으로 아직도 영글지 못하고 답보상태에 있는 자신의 수행을 탓하며 생각에 잠겨있었다.그런데 옆좌석에 앉은 시골 할머니께서 보잘 것 없는 가방을 열고는 요구르트 하나를 꺼내 내앞에 내밀며 "중님, 이것 하나 잡수소"라고 말씀하셨다. 이 예상치도 못한 '중님'이라는 말 때문에주변 승객들의 시선이 우리 자리로 쏠리는 듯 했다. 뭐라고 해야하나. 일순간 당황했었지만 나는태연히 "고맙습니다"하고 맛있게 먹었다. 중님이라니….
스님을 지칭하거나 호칭하는 말은 여럿 된다. 할머니께서는 왜 그냥 '중(衆)' 이라고 해도 되는데 굳이 '님'자를 붙였을까. 할머니로서는 단순한 공대의 표현이겠지만 우리 스님네들이 공대를강요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스님들이 전화라도 할 때면 승려라는 말대신 스스로 "스님인데요" "스님입니다"라고 말하지 "저는승려입니다"또는 "중입니다"라고 하는 경우는 드물다. 은연중 자신을 높이고 있는 것이다.가급적 자신을 낮춰야 하지 않을까. 예수님께서도 "스스로 낮추는 자는 높아지고 높이는 자는 낮아진다"고 하셨고, 부처님께서는 "하심(下心)이 상심(上心)"이라고 하셨다.
사회의 구성원 모두가 자신을 낮추는 마음의 공부를 해야할 시대에 살고 있다.글을 다 모르고 사셨던 내 어머니처럼 "중님, 이것 하나 잡수소"했던 순박한 할머니의 모습이 그후 나의 수행과정에 한 쪽 자리를 잡고 앉았다.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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