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강도잡은 여직원 3총사

'착한 사마리아인'은 성서의 누가복음 10장에 나오는 예수의 유명한 비유다. 강도를 만나 죽게 된사람을 제사장도, 레위 사람도 그냥 지나쳤으나 한 사마리아인만은 성심껏 돌봐 목숨을 구해줬다는 내용이다.

오늘의 우리 현실은 어떤가. 달리는 버스 안에서 소매치기를 당해 소리를 질러보았자 대개 당한사람만 바보가 되고 만다. 그야말로 '천상천하 유아독존'이 아니라 '독존'만 있을 뿐이다. 거리 곳곳에 붙어 있는 '목격자를 찾습니다'라는 벽보는 '도덕성과 시민정신의 실종'을 광고하는 느낌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엊그제 서울에서 새마을금고를 털려던 강도가 용감한 여직원 3총사에게 혼쭐이 나 줄행랑을 쳤다는 보도가 화제다. 한 여직원이 강도임을 직감, 즉각 가스총을 쏘고 다른 여직원은 비상벨 리모콘을 누른 뒤 쓰레기통 등을 마구 던지는 순발력을 보였다.

때마침 점심식사를 하고 사무실로 돌아오던 여직원도 쫓아가 오토바이 번호까지 확인했다. 미국인들은 강도가 들면 순순히 지시에 따르고 쳐다보지도 않는다고 한다.

눈이 마주치면 신원 노출을 꺼리는 범인이 위해를 가할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 LA 등에서 한국 교민들이 강도와 총을 들고 맞서다 목숨을 잃는 경우가 허다했다.

우리나라에서도 흉기를 가진 강도에게 어설픈 호신술로 대항하다가 화를 부른 사건들이 적지 않다. 이번 대낮 강도사건에서의 세 여직원이 보여준 용기와 기지는 대단하다. 비록 여성이지만 불의에 맞서 싸우는 시민정신은 물론 그 대담성과 순발력 있는 기지는 칭송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피해가 없어 다행스럽기는 하지만 인명을 우선으로 보면 무조건 부추길 일만은 아닐는지도 모른다. 아무튼 이번 여성 무용담은 우리 사회의 어둠에 대해서 여러가지 생각을 해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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