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98세계 유럽좌파들 美독주 견제

지난 9월 27일 실시된 독일 총선에서 게하르트 슈뢰더사민당(SPD) 후보가 승리한 것은 유럽을휩쓸고 있는 좌파 도미노가 통합유럽의 중심부에까지 도달한 것을 보여주는 역사적인 사건이다.슈뢰더 시대의 개막은 프랑스, 영국에 이어 독일에까지 좌파 정부가 들어섬에 따라 미국 주도의세계질서에 유럽이 새로운 좌파 이념으로 대항할 수 있는 공통의기반을 갖게 됨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독일에서 좌파 정권이 출범함으로써 이제 유럽연합(EU) 15개 회원국중 스페인과 아일랜드를 제외한 13개국에서 좌파 단독정권 혹은 연립정권이 들어섰다.

유럽 좌파 정부들은 경제정책에서 과거와는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유럽통화통합을 위해EU 회원국들에게 강요되던 물가안정과 긴축 재정 정책에서 벗어나 고용과 성장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선회하는등 미국이 주도하는 신자유주의적인정책에 반기를 들고 있다.

슈뢰더 총리의 등장은 외교정책에서도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그는 당초 선거 운동과정에서 헬무트 콜 정부의 외교정책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으나 최근독일 정부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의 선제 핵공격 포기를 제안할 계획으로 알려져 미국의 반발을 사는등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또한 전통적인 독일-프랑스 주축의 유럽외교에도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슈뢰더총리는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의 '제3의 길'에 상응한 '새로운 중도'를 기치로 내세우고 있으며 총리 취임 직후 영국을 방문, 정책 공조에 합의하는등 영국을 통합유럽내로 끌어들이려는 노력을 보여주었다. 이처럼 유럽이 독일-프랑스-영국 3각구도로 자리잡혀감에 따라 냉전시대에 규정된 미-유럽 관계의변화가 예고되고 있으며 유럽이 독자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여지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슈뢰더 총리의 집권은 독일인들에게 전쟁을 경험하지 않은 신세대에 의한 베를린 시대의 개막을의미하고 있다. 전후 세대인 슈뢰더 총리는 과거사에 얽매이지 않고 미래지향적인 정책을 펼 것을 공약했으며 그의 이같은 계획은 내년에 수도의 베를린 이전작업이 완료되면 더욱 힘을 얻을것으로 보인다.

또한 슈뢰더 정부의 등장은 연정붕괴나 의회 불신임에 의한 것이 아니라 전후처음으로 선거를 통해 진정한 정권교체를 이룩했다는 역사적 의미를 갖고 있다. 독일국민들은 이번 총선을 통해 독일이 나아갈 방향은 '사회정의'를 실현하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라는 것을 분명히 밝힌것이다.

이번 선거를 통해 녹색당이 정권에 참여하는 '적-녹연정'이 출범함에 따라 진보적인 환경 정당의강령이 어떻게 정책으로 반영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나토 해체와 원전 폐쇄등 급진적인 공약을 내세웠던 녹색당은 연정협상 과정에서 급진적인 주장들을 상당 부분 양보했으나 노동, 복지,환경 정책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기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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