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유별난 꼰대가 되자

"여보세요, 아리요"(중학교 다니는 우리딸아이에게 걸려온 전화다).

"그래 나는 아리 아빤데 너는 누구니?"(으잉 왜물어?).

"현진데요".

"현지야 어른이 전화받았으니 예절바르게 다시한번 이야기해볼래?"

(이 무슨 꼰대소리여? 이쯤에서 반쯤은 그냥 전화를 끊어버리지만 다행히 현지는 계속한다)."안녕하세요, 저는 아리 친구 현지라고 합니다. 아리 부탁합니다"

(성공이다. 보시라, 아이들이 고쳐지지않는가).

다음날 딸아이는 울상이 되서 학교에서 돌아왔다.

유별난 꼰대 아빠 때문에 친구들이 집으로 전화하기 싫어한다고 투정이고 아내까지도 아이편을들어 곱지않은 시선을 보내지만 그냥 못들은척했다.

왜냐구?(1) "여보세…",

"누구세요"(친구사무실에 전화해서 제 말을 마치기전에 상대편 아가씨가 신문을 시작한다)."사장님친구 김원구인데 사장님계세요?", "무슨일인데요? 사장님 없어요. 나중에 전화하세요"."그러면 친구 김원구가 전화했더라고 메모남겨주세요",

"김원구요?"(아! 다시는 이친구 사무실에 전화하기 싫다. 여기서 이 아가씨와 한판 붙을까 말까)."아가씨 김원구가 아니고 김원구씨에요. 이만 끊어요"(이미 끊은 전화기 넘어서 씩씩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왜냐구?(2) 역 매표소에 가면 매표원은 높은데 앉아서 중생들을 내려다보면서 마이크에 입을 딱갓다대고 뭐라고 옹알옹알대고 그앞에는 마치 교도소로 이들을 면회온양 잔뜩 주눅든 할머니가유리창에 얼굴을 대고 뒤꿈치까지 들고 간절히 애원한다.

"서울가는 무궁화…". "몇시?", "세시쯤부탁함…", "세시정각은 없고 옹알옹알옹알"(여기서 한판 붙을까 말까). "매표아저씨, 좀 똑바로 이야기하셔". 부모님들이여 다들 유별난 꼰대가 되자. 미래에 이런 수모를 당하지 않기 위해.

〈공인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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