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불국사 대석단-사바와 피안 사이 "뛰어난 돌의 조형"

95년 유네스코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한 경주 불국사. 통일신라시대 황금문화의 완결이자 최고의 걸작으로 손꼽히는 불국사는 1천200여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오늘날까지 신라인의 숨결을 고스란히 전해준다. 심오한 불교사상을 완벽한 조형언어로 구체화시킨 건축술의 보고(寶庫). 그래서 신라시대에는 대화엄불국사 로 불렸다. 이름 그대로 화엄사상에 입각한 불국세계를 표현한 사찰이다.

25년에 걸쳐 완성된 불국사는 여러 모습으로 분화된 불신(佛身)이 여러 불국토에 나뉘어 배치돼 석가정토와 아미타정토가 확연히 드러난다. 어느 것 하나 모자람이나 넘침이 없이 여러 전각들이 공존하면서 가람배치의 원형이 된 불국사는 그래서 소중하다.

불국사 경내에 들어서면 맨 먼저 대석단(大石壇)이 마주한다. 불국사는 장대하고 독특한 석조구조위에 건축되었다. 이 석단은 창건당시인 8세기중엽의 유물로 병화로 소실돼 18세기 조선시대에 중창된 목조건물과는 천년세월의 간극을 보여주고 있다.

석단의 그 아래와 위의 세계가 서로 다르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돌로 빚어놓은 사바와 피안의 경계. 석단 위는 부처님의 전유공간인 불국토이고 아래는 범부의 세계를 뜻한다. 우리나라 어느 절에서도 이만한 석단을 찾기가 쉽지 않다. 균형과 대비등 뛰어난 조형미에서 심오한 불교적 세계관을 찾아낼 수 있고 한치 오차없이 온갖 정성을 기울인 장인의 솜씨를 손끝에 잡을 수 있다. 크고 작은 자연괴석과 잘 다듬어진 장대석들을 능수능란하게 다뤄 쌓아올린 석단의 짜임새는 안정감과 율동, 인공과 자연이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멋스럽게 교차한다.

불국사의 상하층 석단은 기본적으로 목조건축의 구조법을 보여주고 있다. 변화있는 축조법과 규각(圭角· 뾰족한 모서리)이 두드러지지 않고 부드러운 감을 느끼게 할만큼 돌 다루는 솜씨가 뛰어나다. 특히 각 다리와 홍예, 범영루 하부지주의 구상은 석재의 대소장단과 그 연관관계를 치밀하게 계획하고 설계한 것이어서 이 시대의 건축기술이 탁월했음을 반증하고 있다. 석단의 오른쪽에는 자하문을 거쳐 대웅전으로 향하는 계단인 청운교와 백운교가 있다. 왼쪽은 연화교와 칠보교를 거쳐 안양문과 극락전으로 이어진다. 청운교와 백운교는 독특한 형태의 계단으로 지상을 의미하는 예토(穢土)에서 불국토로 인도해주는 다리를 상징한다.

이 다리를 통해 중생은 석가정토로 인도되며 좌측의 극락전이 있는 아미타정토에는 연꽃이 음각된 연화교와 칠보교를 통해 올라가도록 되어 있다. 원래 불국사에는 13개의 다리가 있었다고 전해지는데 수많은 다리의 의미는 불국사의 불교적 의미를 이해하는 열쇠다.

청운교, 백운교의 위끝에는 불교세계의 관문격인 자하문이 품을 넓게 펼치고 있다. 이를 중심으로 양쪽에 대칭으로 범영루(泛影樓)와 좌경루(左經樓)가 서 있다.

불국사고금창기 에 따르면 범영루는 수미범종각 으로 불렸다. 잘 다듬은 돌로 기둥을 만들어 세우고 기둥과 기둥사이의 공간을 조형적으로 아름답게 처리함으로써 세계의 중심에 있는 수미산을 표현했다. 그 하부구조는 특이하다. 건물밑에 놓인 이른바 수미산형 석주는 전문가들의 말을 빌리면 유일무이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이 석주는 판석을 십자형으로 가운데에서 맞물리도록 반턱맞춤을 했고 버선코모양으로 다듬어 마치 하나의 조각처럼 느껴진다. 반면 좌경루의 하부 석조구조는 연꽃으로 장식한 8각기둥으로 단순하게 조성했다. 종루와 경루의 하부구조는 비대칭으로 절묘한 대비를 이뤄내고 있다.

국보 제22호인 연화교· 칠보교를 밟고 올라서면 바로 안양문이고 그 너머 극락전에 다다른다. 마치 극락에 오르는 기분이다. 안양(安養)은 불가에서 극락을 의미하지 않는가. 연화· 칠보교는 청운· 백운교와 모양새가 비슷하지만 경사를 훨씬 완만하게 처리해 부드럽고 온화한 느낌을 준다.

연화교는 돌계단에 연꽃잎을 새기고 중앙에 바둑판 모양의 무늬를 이어 놓았다. 반면 칠보교는 연화문양없이 계단의 양쪽 난간에 정교하게 다듬은 돌기둥을 세우고 그 사이를 둥근 돌난간으로 연결했다. 안양문의 석축기단과 범영루의 석축구조에서 보듯 불국사의 석조 구조는 길고 짧은 장대석과 아치석, 둥글게 조출(彫出)된 기둥석, 난간석등 잘다듬은 다양한 형태의 석재로 화려하게 짜맞추었다. 이같은 석조구조는 목조건물을 위한 기단인 동시에 돌을 목조건축양식에 따라 그대로 다듬어 빚어낸 것이어서 눈길을 끌고 있다.

불국사는 석굴암과 더불어 통일신라시대 건축예술의 백미다. 그 속에 담겨 있는 조각과 건축을 정확하게 분석하고 이해해야만 불교신앙과 사상을 제대로 알 수 있도록 만들었다. 위대한 예술품은 위대한 사상을 반영하고 위대한 사상은 위대한 예술형식에 의해 구현된다 는 강우방 국립경주박물관장의 말이 불국사에 온 후에야 비로소 조금은 이해될듯 하다.

〈徐琮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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