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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재회담 다된 판에 나갈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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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李會昌)한나라당총재가 한국의 제1야당 총재로서의 위상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으려던 계획이 1개월 이상 연기됐다. 한나라당에서는 4월 이후로 연기한다고 발표했지만 한 달이 될지 두 달이 될지는 그 때 상황을 봐야 하므로 사실상 무기한 연기된 것으로 봐도 좋을 듯하다.

한나라당이 제시하는 방미연기 이유는 세 가지다. 예정대로 3월 7일 이총재가 현역의원등 수행원을 데리고 출국한 직후인 8,9일 이틀 중에 여당이 서상목(徐相穆)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처리할 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첫 번째 이유다.

3월 20일부터 여야합의로 다시 열리는 임시국회가 예정돼 있는데다 다음달 30일 실시될 서울 구로을과 시흥의 재·보선 및 안양시장 보선도 이총재의 발목을 잡았다는 것이다.

이총재가 미국을 방문,'유력한'야당지도자로서 위상을 확인받더라도 재·보선에서의 패배와 국회운영의 차질이 올 경우 겨우 안정돼 가는 당내 입지를 오히려 약화시키는 계기가 될지도 모른다는 점을 우려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이러한 대외적인 연기사유 외에도 밝히지 못하는 다른 이유도 몇 가지가 있었다는 것이 정치권의 일반적인 관측이다. 우선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취임1주년 회견을 계기로 여야 총재회담 분위기가 성숙되는 가운데 예정대로 방미를 강행할 경우 타이밍을 놓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아직 기선 제압과 명분 축적 그리고 여권의 더 많은 양보를 얻기 위해 신경전을 벌이고 있지만 회담성사를 대세로 받아들이고 있는 마당에 회담 연기나 무산의 빌미를 제공하지 않으려는 계산이다.

또 별로 주목받지 못하는 방미일정 또한 연기를 결정하게 된 이유라는 것이다. 당초 앨 고어 미 부통령을 면담하는 일정을 추진했으나 성사가 어렵게 돼 사실상 단순한 강연만 두 차례 하는 일정으로 미국을 방문한다는 당내 일각의 지적도 부담으로 작용했을 법하다.

이와 별개로 25일 출국한 조세형(趙世衡)국민회의총재권한대행의 방미가 결과적으로 이총재의 방미 의미를 희석시킬 수밖에 없다는 점도 이총재와 한나라당의 심사를 건드린 대목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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