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현지시각) CPU 시장의 거대공룡 인텔이 펜티엄Ⅲ를 발표했다. 클록속도(메가헤르츠(MHz)단위로 측정되는 컴퓨터 내부처리회로의 속도)가 450 및 500MHz로 4~5년전 주종을 이루던 486컴퓨터용 CPU에 비해 10배가량 향상됐다. 또 70여개의 멀티미디어 명령어를 새로 추가해 그래픽, 음성인식, 비디오, 오디오 기능이 대폭 강화됐다.
특히 인텔은 전자상거래, 인터넷 등에서 발생하는 보안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프로세서마다 주민등록번호처럼 사용자 식별번호(ID)를 부여했다. 누구의 컴퓨터가 어느 사이트를 방문하고 어떤 서비스를 이용하는지 손쉽게 파악할 수 있게 한 것. 결국 남의 컴퓨터를 몰래 또는 훔쳐 쓰는데 따른 피해를 막는다는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 불거졌다.
인텔의 의도에 불구하고 소비자단체들은 인터넷을 통한 개인정보 추적이 가능해짐으로써 사생활 침해와 상업적 이용의 소지가 크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소비자단체들은 인텔제품 불매운동과 리콜은 물론 인텔 칩을 장착한 컴퓨터 제품 전반에 대한 불매운동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부랴부랴 인텔은 ID기능을 소비자 선택사항으로 바꿨으나 이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은 상태. 인텔과 소비자단체간 협상은 계속 실패했고 인텔은 소비자단체의 반발 속에 제품출하를 강행했다. 대신 판촉활동비로 사상 최대규모인 3억달러를 책정하고 제품광고 및 마케팅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
소비자단체들은 '인텔 인사이드'는 '빅 브라더 인사이드'로 바뀌어야 한다며 전면전을 준비하고 있다. '빅 브라더'란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서 인간의 모든 활동을 감시하는 권력체를 의인화한 대형(大兄)을 의미하는데 소비자단체들은 이를 인텔의 광고에 빗대 사생활 노출 등의 부작용을 거론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대결은 얼핏 펜티엄Ⅲ라는 제품을 둘러싼 싸움으로 보이지만 세계 컴퓨터 시장의 판도를 좌우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관심거리이다. 지난 20여년간 마이크로프로세서 시장을 장악해온 인텔이 최초로 실패를 경험할 지경에 이른 것이다. 이는 그동안 인텔의 시장을 조금씩 잠식해온 경쟁사들에겐 더없는 호재로 일부에서는 인텔 지배의 붕괴가능성마저 점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4/4분기 인텔의 시장점유율은 87.1%에서 75.5%로 떨어진 반면 경쟁사인 AMD는 6.6%에서 15.5%로 올라섰다. 또 저가컴퓨터 시장에서는 AMD가 시장점유율 60%로 이미 인텔의 아성을 무너뜨렸다. AMD가 올 2/4분기 비밀병기로 내세운 K7 칩을 생산할 경우 CPU시장에는 다시 한번 파란이 예상된다.
〈金在璥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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