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21세기를 향해-13)세계화와 분권화(조순제)

세계는 지금 새로운 밀레니엄으로의 전환을 목전에 두고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미래 학자들이 예견하는 바와 같이, 산업사회가 후기산업사회로 이행하면서 지식과 정보가 생산과 사회관리의 능력을 지배하는 단계로 이행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기저에는 과학기술의 발달이 있으며, 특히 통신과 교통의 발달은 세계를 이제 하나의 생활공동체인 지구촌(Global Village)으로 변모시켰으며 보편적인 세계질서는 전 지역에 영향을 미치고 한 지역에서의 행위 역시 긍정적이건 부정적이건 긴밀한 연결 속에서 세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러한 세계화의 추세는 개인의식의 보편화, 기업구조의 변화, 국가경계의 붕괴등을 초래하였으며 16세기이래 지속되어온 주권국가의 기능을 변화시키고 있다.

즉 종래 주권국가에 속하였던 여러 문제들이 무역마찰, 외환위기, 산업화로 말미암은 자원의 고갈, 환경생태의 파괴, 노동문제 등과 복잡하게 얽혀 국경을 초월한 전지구적 차원에서 해결책이 모색되고 있다.

또한 국가의 경계가 허물어져 국가 혹은 정부차원 뿐 아니라 개인, 집단, 기업, 지방정부차원에서의 국제적인 교류도 빈번해짐으로써 다원화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특히 세계화의 추세속에서 많은 기능과 역할이 지방정부에 주어져, 지역발전의 문제가 단지 지역의 문제, 국가내 다른 지역과의 연계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게 되었으며 지방정부도 국제사회에서의 일원으로 세계여타의 다른 지방정부들과 경쟁하게 되었다.

국내적으로도 사회는 여러 조직으로 다원화되고 권력구조는 분권화하고 있다. 세계화는 과거의 엄격한 상하 위계질서가 아닌 네트워크 사회로 표현되는 유연한 구조를 사회전반에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유연한 사회는 종래의 국가권력에 의존하는 패턴에서 탈피하여 자치능력을 발전의 원동력으로 삼는 형태로의 전환을 의미하며, 기본적으로 시민의 참여와 권리를 확충하기 위하여 분권화를 가속시키고 있다.

한편 후기산업사회로 이행해감에 따라 개인의 관심은 물질적 영역으로부터 비물질적 영역인 삶의 질에 대한 욕구충족으로 옮아가고 시민의식은 소유혁명으로부터 서서히 존재혁명으로 탈바꿈해 간다.

이에 따라서 국가목표도 전체주의적, 계급적, 집단적인 수준의 가치로부터 점차 개인적이고 일상적 수준의 행복을 강조하는 쪽으로 변모해간다.

또한 개인의 생활단위가 과거에는 민족 또는 국가와 일치하여 일어나는 것이 상례였으나 오늘날에는 과학기술과 지식의 신속한 전파, 정보화와 커뮤니케이션 매체의 발달, 이동성의 증대 등으로 생활의 폭과 단위가 국경을 넘어 세계적 단위로 확산되고 있다.

그 결과 국가는 더이상 개인의 생활을 폐쇄적인 국경단위에 묶어둘 수 없게 되었다. 결국 개인의 이동을 결정하는 요건은 삶의 조건이다. 삶의 조건이 열악해지는 지방정부는 쇠퇴해갈 것이며, 반대로 삶의 조건이 개선되는 지방정부는 자본과 인력을 지속적으로 불러들이고 문화도 더욱 풍성하게 될 것이다.

개인의 창의와 자발성을 북돋우고 효과적인 인력체제를 갖추는데 실패하는 사회는 날로 세계시민화하는 개인의 자발적 동의와 참여를 유발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에서도 고립을 면치 못할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각 분야에서 비효율성이 지적되고 있으며 이에 대한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다. 이는 지난 60년대 이래 고도성장을 구가하여 왔던 중앙정부 주도의 일방적인 성장논리가 이제는 더이상 효력을 발휘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이제는 규모의 신화로부터 벗어나 분권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분권화는 시대적 요청일 뿐 아니라 우리사회의 고질적 부패구조와 지역간 대립, 잘못된 관행, 공기업의 비효율성 등을 해결할 수 있는 좋은 대안이기도 하다.

분권화는 단순히 중앙정부의 권한이 지방정부로 이양되는 종적 분권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권력의 축소를 의미하며 이는 개인과 민간기업을 포함한 다양한 조직체에 횡적으로 권력이 분산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급박하게 변화하는 상황 속에서 우리의 미래는 불확실하지만 모든 가능성에 대하여 열려 있다. 미래는 우리들의 노력과 준비여하에 따라서 그 채워질 내용이 달라진다.

성공적으로 분권화를 이루고 보다 정의로운 사회로 나아가기 위하여 몇가지 선행되어야 할 조건들이 있다. 먼저 참여와 비판을 수용할 수 있는 열린사회가 되어야 한다. 이러한 속에서 다양한 의견들이 수렴되어 사회의 대다수 구성원들이 인정하고 지킬 수 있는 공정한 게임의 규칙이 수립되어져야 한다.

게임의 규칙은 특정지역 혹은 집단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롤즈(J.Rawls)가 말하는 '원초적 입장'에서 공정하게 만들어져야 할 것이다.

둘째, 사회가 다원화되어 정부기관에 의한 권력독점이 방지되어야 한다. 이를 위하여 개인들의 다양한 요구를 수용하고 정책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양한 언론, 근린조직, 사회단체, 자선기관, 종교단체들이 구성되어야 하며 권력이 균등히 배분되어야 한다. 셋째는 적극적이고 건전한 시민성이 필요하다.

수동적인 법적 지위로서의 시민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지역사회의 문제에 관심을 갖고 의견을 표명하며, 공직에 봉사할 수 있는 가능성과 다원화된 사회조직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가 확보되어야 한다. 끝으로 주민의 알권리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정보공개가 이루어져야 한다.

정보의 공개는 과거 권위주의 하에서 자행되어온 밀실행정의 폐해를 줄임으로써 공정하고 투명한 행정을 유도하여 시민참여를 활성화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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