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훈아 푸릇한 봄풀처럼 자라거라" 어리지만 대견스러운 용훈이를 창가에서 지켜보며 독백처럼 되뇌이는 박충호(朴忠昊)교장 선생님.
신용훈(11.안동 예안초등학교 5학년)군의 어머니는 용훈이 첫돌 되던 해 쓰러져 뇌진탕으로 돌아가셨다. 아버지는 용훈이 1학년때 병으로 어머니를 뒤따랐다.
함께 사는 큰아버지(46)는 제 몸도 가누지 못하는 1급 정신지체장애자. 저미는 안타까움으로 용훈이를 거두어 왔던 할머니는 모진 날품팔이 끝에 얻은 관절염이 깊어 몸져 눕는 날이 늘어만 간다.
안동댐 수몰민이었던 아버지의 유산은 호수 주변 산비탈의 10평 남짓한 허름한 집 한채뿐. 세 가족은 매달 면사무소에서 주는 생계보조금 30만원으로 생활을 꾸려왔다.
"내가 쓰러지면 어쩔꼬" 습관적으로 되뇌이는 할머니의 장탄식. 그러나 어린 용훈이는 할머니가 아픈 날이면 죽도 쒀 드리고 들일을 나간 날이면 미리 저녁을 해두고 기다린다. 물론 빨래도 미루지 않는다.
군불을 지필 땔나무를 해와 매만지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할머니를 위해 궂은 일도 마다 않는다. 학교에서는 배꼽잡는 우스갯소리로 친구들의 인기를 독차지하고 축구도 컴퓨터도 열심이다.
학교 급식에서 남은 반찬을 집에 가져가라고 챙겨주면 부끄러워 하기는 고사하고 가축사료 한다며 잔밥도 마저 달라고 보챈다. 어린 나이에 걸맞지 않게 끈끈한 생활력까지 터득해가고 있다.
그러나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은 어쩔수 없다. 일주일에 두번씩 어김없이 집 인근에 나란히 누운 엄마와 아빠를 찾아 그 앞에서 남몰래 눈물을 훔치는 용훈이. 용훈이의 간절한 소원은 하나뿐이다. "빨리 자라서 할머니를 돕고 싶어요" 박교장은 어린 용훈이를 어른보다 더 철이 든 어린이라 말했다. 운동장으로 뜀박질해가는 용훈이의 머리위로 봄햇살이 눈부시게 비쳤다.
〈안동.鄭敬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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