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잇따라 보도된 '국제정공'과 '대하합섬'의 노조 활동 방해 사례는 우리 지역사회의 '양식'과 '정의'가 어느 수준인지 보여주는 '바로미터'처럼 느껴져 안타깝게 한다. 더욱이 이들 회사중 하나는 지역 출신 정치인의 동생이 운영하고 있으며, 또 한 회사는 지역대표 기업인의 업체라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지도층 인사들에게 그들이 누리는 '부'와 '명예', '권력'에 걸맞는 사회적 '책임감'과 '도덕성'을 바라는 것이 이토록 어려운 일인가.
최근 국제정공은 노조 설립을 방해하기 위해 폭력과 협박을 일삼고, 매수를 시도하는 등 온갖 불법적 수단을 동원한 것이 드러나 검찰에 의해 8명이 구속 또는 불구속됐다. 지난해부터 회사측의 불법.부당행위에 대한 노조측의 고발과 양심선언이 계속됐지만 이번 검찰수사가 아니었더라면 한갓 '중상모략'으로 묻혀버릴뻔 했다.
대하합섬은 한 차원 더 세련된 전략을 구사했다. 현행법이 복수노조를 인정하지 않는 점을 악용, 지난 94년 회사주도로 '유령'노조를 만들어 노동권을 사실상 봉쇄해온 것이다.
대구지법 김천지원이 "설립 이후 한 번도 총회를 개최하지 않고, 회사 지시로 추천된 자를 대의원으로 선출하는 등 자주성이 없는 노조는 근로자에 의해 자주적으로 조직되고 근로자의 경제.사회적 지위 향상 도모를 목적으로 하는 노동조합의 실질적 조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한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대하합섬 노동자들이 올해 5월말 새로운 노조를 결성, 제출한 '노조 설립 신고서'는 복수노조에 해당된다며 계속 접수를 거부하고 있는 '구미시' 역시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구미시는 기존노조가 노동조합으로서 활동한 사실이 없을 경우 '직권해산'을 하고 새로운 노조를 인정해야 하지만 자기의 역할을 포기하고 있다.
이번 법원의 판단에도 불구, 대하합섬 새 노조가 완전한 합법성을 인정받기까지는 행정소송을 비롯한 숱한 난관이 예상된다. 우리 사회의 '정의'와 '양식'은 또한번 시험대에 오르게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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