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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적극적인 용서, 자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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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재벌이 더 큰 부의 축적을 위해 그림 로비를 시도했다고 해서 파문을 일으킨 사건을 보고 우리는 또, 역시 라는 냉소를 보냈었다. 그런데 그 사건이 전혀 근거없는 오해라고 밝혀졌을때 사람들은 안도감보다 시시함이나 석연치 않은 느낌을 가지는 듯하다.

이기적 욕망으로 일어난 사건에 우리는 솟구치는 화를 느끼지만 동시에 무력감과 용서라는 도덕사이에서 갈등하게 된다. 어떻게 해볼 수 없는 현실에서 우리는 점점 서로에게 무관심해지는 듯하다. 길어봐야 석 달이라는 자조의 말과 함께. 그러나 그 잊혀져가는 가운데 억울함의 앙금은 쌓여만 간다. 그래서 우리는 영화에서 마구 총을 쏘아대며 인간의 생명을 앗아가는 주인공에게 박수와 환호를 보낸다. 주인공은 보복 대상자에게 '본 때'를 보여주었기 때문에 정당성을 부여받고 영웅이 된다. 그것이 멋지게 한 방 먹인 대가이다.

우리 마음속의 억울한 감정과 분노가 과연 이런 보복으로 진정 해소될 수 있을까? 어떤 처벌이 부조리를 종식시킬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일까? 명확한 답은 없다. 부처님이 중생의 근기(根基)에 따라 다르게 설하신 바처럼 목적과 상황에 따라 수단도 다양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나의 분노가 상황을 올바르게 만드려는 관심과 애정에 의한 것인지, 가지지 못한 피해의식에서 비롯된 것인지를 냉정하게 살펴 바른 실천방안을 찾아내야 한다. 상황을 바르게 인식하고 모든 이의 평화를 갈구하는 가장 적극적인 용서, 그것을 불교에서는 자비라고 부른다.

남을 압박하려 하고 상처를 주려 하며 끝장내보고 싶은 보복의 감정 또는 포기하는 무관심은 자비가 아니다. 자비는 앙금으로 남아있는 노여움이나 공격성을 뛰어넘어, 진실한 관심과 애정으로 상황을 해결해내는 힘이다. 그래서 자비행은 때로는 엄격하고 때로는 한없이 부드럽게 나타난다. 그러므로 깨달은 자의 분노는 진정한 자비이다.

내가 자비라 이름하는 것이 무관심과 숨겨진 욕망과의 야합은 아닌가. 죄보다 삶을 미워하고, 그 사람의 뉘우침과는 관계없이 가혹한 형벌을 통해 파괴의 욕망을 충족하고 싶어하는 것은 아닌가 돌아볼 일이다.

〈보현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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