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노트-언행 가벼운 입법부 수장

박준규 국회의장의 국회 발언이 자주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박의장은 6일 본회의장에서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이 회의 일정 문제로 거세게 항의하자 "나보고 어떻게 하란 말이냐. 여태껏 놀았는데 국회를 열든지 말든지 마음대로 하라"며 의사봉을 힘껏 내리치고 돌연 정회를 선포했다. 그러나 석연치 않았던지 10여분 만에 회의를 속개하는 해프닝을 연출했다.

국회를 통솔하는 입법부 수장(首長)이 민의의 전당인 국회에서 이런 도를 넘은 모습을 보였다는 것은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

물론 여야가 지나친 신경전과 주도권 싸움, 집단이기주의로 서로 고성까지 주고 받으며 험악한 분위기를 연출할 때면 자제력을 잃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박의장의 감정을 억누르지 못한 이날의 언행은 아무래도 너무 가벼웠던 것 같다.

국회의 원만한 운영을 위해 국회의장에게는 여야 의원들이 원활한 관계를 유지토록 하고 자율적인 분위기를 조성해 줄 책임이 있지 않은가.

이런 면에서 박의장은 냉철한 입장에서 행동하고 여야와 충분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의원들로 하여금 신뢰할 수 있도록 해야 옳았을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평소 언행이 다소 '가볍다'는 평가를 받아온 박의장은 지난 4월에도 의장실을 취재하던 사진기자들에게 적절치 못한 표현으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그의 '과민 반응'이 비단 국회의원들에게만 국한되고 있지 않다는 이야기다국회의장은 여야간의 충돌을 중재하고 효율적인 회의를 진행할 책임이 있다. 그런 점에서 앞으로는 지금까지 보다 더 자기희생적이고 봉사하는 자세로 국회를 효율적으로 운영해 국민으로부터 존경을 받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거창하게 국민을 운운하기 이전에 우선 여야 의원들로부터라도 존경과 신뢰를 회복하는 일도 중요하다.

우리의 정치 현실은'강제'와 '명령'을 기초로 하는 '권위형 리더십'보다는 '대화'와 '참여'를 이끌어내는 '봉사형 리더십'이 요구되고 있다고 본다.

이경훈차장(정치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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