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군신화(檀君神話)는 고려 후기 몽고군에 항쟁하던 때에 민족적 자긍심을 고취하기 위해 '단군'이란 상징적 실체를 내세운데서 비롯됐다는 추측도 우리 역사학계에 일부 존재한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 학계의 큰 흐름은 단군이 신화나 신앙의 대상이 아니라 한국의 역사와 문화로 실재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삼국유사 고조선조(古朝鮮條)에는 단군이 평양성에 도읍,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는 홍익인간(弘益人間)의 이념으로 다스렸다는 건국신화를 싣고 있다. 그 이래 홍익인간은 우리나라 건국이념이자 교육이념으로 자리매김한채 오늘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단군은 배달겨레의 정체성(正體性)의 실체인 것이다. 그런데 이처럼 민족정서의 근저에 자리잡은 단군 좌상(坐像)의 목이 3개나 잘려 나간 해괴한 사건이 경기도 여주군내 3개 학교에서 벌어졌다. 아직 이번 사건이 누구의 소행인지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무어라 말할수는 없지만 수년전의 장승훼손이나 불상 목날리기 사건때처럼 일부 종교집단 광신도들의 소행이 아닌가 심증이 가는듯 하다. 그러고보면 우리나라 일부 종교집단 광신도들의 배타적인 신앙 행태는 헌법에 보장된 종교의 자유를 무색케 한다. 96~98년동안 전국 사찰중 24곳이 방화됐고 불상(佛像)이 700여기 이상 목이 잘린 사건에서 일부 광신도들의 편협한 종교관을 새삼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일부 종교인들은 단군상(像)을 학교 같은 공공시설물에 건립한것은 청소년에게 그릇된 역사관을 심어주는 것이자 우상숭배라 비판하고 이의 철거를 위한 기도회를 열고 있다한다. 그러나 단군은 우상이 아니라 '민족정기의 상징'으로 세워진 교육시설물이란 교육계 얘기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유야 어떻든간에 서슴없이 좌상의 목을 날리는 광신도들의 그 광기가 소름끼친다.
〈김찬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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