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이상한 공무원 의리

남의 일에 나선다는 게 생각처럼 그 당부당(當不當)의 가치기준이 썩 명쾌하지 못한 경우가 허다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 행위가 미덕과 공서양속(公序良俗)의 범주를 벗어날 땐 남의 입초사에 오르내리는 것 정도는 각오해야 할 일이다. 서울시의 행정·사법·기술고시출신 5급이상 간부 240여명이 뇌물수수죄로 복역중인 전직 관리국장 돕기에 조직적으로 나서 얼떨떨한 느낌을 갖게 한다. 전직국장은 이미 지난달에 2년6월의 실형과 추징금 2천200만원을 선고받은 터. 마치 암흑세계 조직의 한 단면을 여과없이 보고 있는 기분이 든다. 조직의 일을 처리하고 나면 가족의 생계 등을 조직이 책임진다는 것… 어쩌구 하는 것 아닌가. 서울시 간부의 얘기인즉 문제의 전직국장이 「새정부의 사정바람에 억울하게 희생됐으며 행시출신으로 청렴했다」는 주장이다. 이해하기 힘든 말이다. 그는 일선 부구청장 재직당시 녹지의 형질변경과 관련해 업자로부터 2차례에 걸쳐 2천만원을 받은 혐의다. 문제는 사법부의 판결에 공직자들이 집단 반발양상으로 비쳐지는 데 있다. 이른바 「서울시 고시동지회」 회원들이 그를 꼭 도와줄 양이라면 재판과정에서 유능한 변호사를 알선, 비용까지를 전담하는 선에서 끝나야 했다. 사회전반에 만연한 일탈된 가치기준에 공직자들이 선봉에 나선 느낌을 주기에 충분한 사건이다. 더욱 납득하기 어려운 일은 시장이 100만원을 쾌척한 것. 「생활이 어렵다」는 이유로 전했다지만 현직 서울시공무원중에는 어려운 사람이 없는지 먼저 살핀 후에 결정할 일일 것 같다. 비리가 발각되도 거대한 관료조직이 서로 뭉쳐 주먹세계처럼 뒤를 봐주면 조직원들은 사명감(?)을 갖고 탈선에 나서지 않을까 우려된다. 「남의 사정 보다가 갈보난다」는 말을 새길 필요가 있다.

〈최창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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