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봉급생활자 더 쪼들린다

경제지표 호전 등으로 노동부가 근로자들의 평균임금이 IMF 이전 수준으로 회복했다고 발표하고 있으나 대부분 중저 소득계층인 봉급생활자들은 수입이 지난해 수준에 머물거나 더 낮아져 빚만 늘어났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어 정부 발표에 대한 불신감이 고조되고 있다.

봉급생활자들은 금융자산이나 부동산을 보유하지 못하고 있는데다 최근 활황을 보이고 있는 주식투자에 뛰어들어도 손해 보는 경우가 많아 경기회복에 대한 급부가 고소득층에 편중되고 있어 이같은 경향이 지속될 경우 계층간 위화감의 심화로 사회혼란마저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지역의 한 중소기업체에서 10여년 간 근무한 김모(35)대리의 경우 지난해 600만원 정도였던 가계부채가 올들어 1천500만여원으로 부쩍 늘어났다. 이로인해 김대리는 3년 만기로 매월 12만원씩 붓던 적금을 지난 2월 해약했으며 저축액도 지난해 1천500만원에서 1천만원으로 줄어 들었다.

맞벌이를 하는 김대리는 IMF 사태 이전인 지난 97년 300만원선이었던 월소득이 200만원으로 줄어들었으나 아들(5)이 '어린이집'에 들어가 월 15만원의 추가부담이 생긴데다 올초엔 딸까지 태어나 양육비 부담이 더욱 커졌다.

김대리는 "소득이 대폭 낮아진 뒤 제자리 걸음을 하는 형편인데도 양육비 등 기본지출이 늘어나는 바람에 빚을 지지 않을 수 없었다"며 "돈을 빌리지 않으면 생활할 수 없는 처지라서 한동안 빚만 계속 늘어날 것 같다"고 말했다.

대기업체 과장인 최모(39)씨도 매월 330만원 상당이었던 월수입이 지난해 260만원선으로 줄어든 반면 빚은 지난해 1천700만원에서 2천700만원선으로 늘어났고 저축액은 3천만원에서 2천만원으로 줄었다.

최과장의 경우 지난 96년 8천100만원에 분양받은 아파트 시세가 현재 7천500만원선까지 내려갔으며 지난 2월 주식시장에 300만원을 투자했으나 현 시세는 200만원에 불과한 등 가계수지가 계속 악화되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1.4분기의 경우 전 소득계층을 10단계로 구분했을 때 최상위계층은 지난해 같은시기에 비해 소득이 7.8% 증가했으나 다른 근로자 가구들은 3.1~3.8% 하락했으며 최근에 나타나는 소비지출 증가도 주가상승 등 자산인플레 혜택을 입은 일부 부유층에 기인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한국은행이 발표한 5월중 고용동향에 따르면 상용근로자 수가 점점 줄어들어 임시.일용근로자 보다 낮아 중산층의 고용구조는 더욱 악화된 것으로 조사됐다. 〈李宗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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